에너지저장장치(ESS)가 비상발전기로 쓰이는 첫 사례가 나왔다. 정부가 지난 2월 관련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한지 7개월 만이다. 전력계통 주파수조정(FR)이나 신재생에너지 출력 안정 등에 사용해오던 ESS가 비상발전기 영역까지 활용폭을 넓히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LS산전이 경기도 안양 LS산전 R&D캠퍼스에 디젤 비상발전기를 대체한 비상전원용 ESS 설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근 에너지공기업을 중심으로 비상전원용 ESS가 하나 둘씩 설치되고는 있지만 민간 기업시설에 ESS가 비상발전기로 활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비상전원용 ESS는 1㎿h급 규모다. LS산전 R&D캠퍼스는 비상발전기를 단절하고, ESS만 활용해 정전 등 비상시에 대비하게 된다. 지상9층, 지하3층 캠퍼스 건물에 최대 2시간20분 동안 비상전력을 공급해 비상시 피난이나 소방활동을 지원한다.
비상전원용 ESS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소음·진동이 없다. 정전 발생 후 즉시 전기 공급이 가능해 위기상황 대응이 빠르다. 또 디젤발전기에 비해 실시간으로 손쉽게 작동여부를 파악할 수 있으며 정전시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다.
ESS가 비상발전기 영역까지 파고든 것은 그간 관련업계가 정부에 지속적으로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사안이다. 과거에는 ESS를 설치해 비상전원으로 활용하더라도 별도 디젤발전기를 따로 갖춰야 했다. 아파트나 빌딩 소유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중복투자로 ESS를 설치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ESS업계는 사실상 동일 기능을 할 수 있는 만큼 디젤발전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요구해왔다.
이에 지난 2월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현장 애로사항으로 관련 안건이 제기됐으며, 산업부를 비롯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비상전원용 ESS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국민안전처 등 유관부처 및 기관이 협조해 비상조명·소화 설비 화재안전규정, 전기안전관리자·사용전검사 기준 등 관련 규정 정비를 거쳐 이번 비상발전용 ESS 첫 가동으로 이어졌다.
올해 안에 비상전원용 ESS 추가 설치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업소를 대상으로 한 4㎿h 규모 설치가 예정됐다. ESS 관련 기업 중심으로 비상전원용 ESS가 지속적으로 추가 설치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에너지공기업을 중심으로 비상전원용 ESS 시장을 우선 확대한 뒤 내년부터 68억원예산을 지원해 민간 적용을 늘릴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ESS를 연동하면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추가 부여하고 ESS 저장전기 활용 방안도 확대한다. 이미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ESS를 연계하면 REC를 5.0까지 가중 받는다. ESS 전기를 수요자에게 직접 팔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우태희 산업부 차관은 “ESS는 전력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요소로 비상전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