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와 재난방송은 같다. 암에 걸려도 항암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는 것처럼 재난이 일어나도 재난방송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재난방송 전문가인 이연 선문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지진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우리나라가 동쪽으로 5㎝, 서쪽으로 2㎝ 정도 끌려가 있어 어긋난 판 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진이 일어난다고 해서 해당 지역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신속한 재난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재난 관련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진 발생 후 5분 안에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 이번 지진에서는 국민안전처가 우왕좌왕하다 재난문자를 제때 전달하지 못했다”면서 경주 지진 때 뚜렷한 재난 관련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정부, 방송사, 국민이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사이버 테러는 국가정보원, 테러는 국무총리실, 미세먼지는 환경부 등 재난은 종류에 따라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지만 지진은 어느 기관에서 담당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면서 “위기관리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일본은 모두 컨트롤타워가 있어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한다고 덧붙였다.
재난방송에서는 신속성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재난방송에서 가장 큰 문제는 KBS 속보가 늦었다는 점”이라면서 “KBS는 조금밖에 늦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일본은 재난 발생 20초 안에 재난 화면이 뜬다”고 꼬집었다.
KBS가 재난방송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내비쳤다. 이 교수는 “NHK의 경우 재난이 일어났을 때 기상재해센터장은 보도국장보다 많은 권한이 있어 즉시 방송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지진 발생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재난방송 담당자의 권한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NHK는 다른 방송사보다 시청률은 낮지만 일본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모두 NHK로 채널을 돌린다”면서 “재난 주관 방송사 KBS 또한 재난방송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난방송도 지상파 방송을 주 방송으로 하되 신문 등 각종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새로운 미디어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필요성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 및 행방불명자 수가 무려 1만8000여명에 이르고 재산 피해도 300조원이나 되는 큰 재해였지만 NHK뿐만 아니라 지상파TV, 신문사 등 다양한 매체가 침착하게 재난에 대응했다”고 비교했다.
이 교수는 경주 지진 사태를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지금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지난 7월에 일어난 울산 지진 이후 변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재난을 망각하고 다시 안전 불감증에 빠지면 지진이 다시 발생했을 때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면서 “암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것처럼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체계화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