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성우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TVㆍ영화ㆍ라디오 등이 있다. TV나 라디오는 공채 성우가 존재한다. 공채 성우는 각 방송사의 교유재량으로 선발된 후 2년 간 회사원처럼 근무하게 된다. 영화는 조금 다르다. 2년 간 각 방송사의 공채로 활동하던 성우들이 프리랜서로 전환되는데, 영화의 PD나 프로덕션에서 이들을 캐스팅 하거나 오디션을 보는 형식이다. 이후 해외 제작사 또는 국내 제작사에게 확인을 받고 더빙 캐스팅이 확정된다.
과거에 더빙은 성우들만의 영역이었다. 비디오 시장과 TV 특선 영화에서 더빙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그 자리가 확실했다. 하지만 전문 성우가 아니더라도 더빙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인터넷 활성화로 해외와 동시 방영이 가능하면서 더빙보다 자막이 먼저 공급되는 등 성우들의 활동 공간이 축소됐다. 뿐만 아니라 자막 버전은 더빙 버전보다 경제적으로도 저렴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선호하기도 한다.
성우협회는 “더빙은 70~80년대에 비하면 공중파 등에서 체감상 20~30% 정도 줄었다고 본다. 선진국들처럼 우선 자국어 보호 차원으로 외국영상물들 더빙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인 상황을 이유로 자막을 쓴다. 케이블 채널도 그렇지만, 적어도 지상파만이라도 더빙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무학자나 노인, 외국인들에게는 자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성우들의 상황은 개인별로 편차가 크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됐던 것과 달리 현재는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어려운 경우와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맡는 사람으로 나뉜다. 성우 이현은 최근 개봉한 ‘드림 쏭’ ‘달빛궁궐’ ‘장난감이 살아있다’에 모두 참여한 성우다. ‘드림 쏭’에서는 톱스타 앵거스, ‘달빛궁궐’에서는 자격루를 만든 거북할아버지 규수, ‘장난감이 살아있다’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드림 쏭’엔 전문 성우들만, ‘달빛궁궐’에는 주인공 현주리를 제외한 나머지 주연은 배우들이, ‘장난감이 살아있다’에는 감초 역할에 개그맨이 더빙을 맡았다. 세 작품에서 주ㆍ조연을 맡은 성우 이현은 배우-개그맨들의 더빙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성우 이현은 “연예인을 캐스팅할 때는 캐릭터와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홍보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 ‘장난감이 살아있다’는 컬투 분들이 캐스터와 단역으로 들어갔는데, 그들은 더빙을 십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콘텐츠로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성우가 아니더라도 그 배역에 탁월하게 어울린다면 합당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요새는 수준 높은 관객들이 많아서 유명한 배우가 더빙을 했기 때문에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를 중요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빙에 무조건 성우만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 다만 성우 이현은 “무조건 성우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성우들이 한 것이 객관적으로 퀄리티가 좋다”며 자신했다.
또한 이현은 더빙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점으로 “최대한 그림의 느낌을 살리도록 노력을 한다. 자막 판은 자막에 눈이 가지만, 우리말로 녹음하면 귀가 편해지기 때문에 영상에 훨씬 집중하게 된다. 배우의 시선에 따라 감정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만화든 실사든 화면상 보이는 배우의 눈빛이나 호흡, 디테일한 기법들, 컷에서 다음 컷으로 넘어가는 전환점들을 신경 쓰면서 더빙을 한다”고 말했다. 더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 신경 쓰겠지만, 전문 성우인 이들처럼 많은 고민을 담아낼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최근 전문 성우들만 참여한 애니메이션을 맡은 한 홍보사는 유명인 없이 전문 성우로만 구성한 이유를 “뭐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느 쪽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극에 몰입하기 쉬운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번에도 일반 시사를 (성우들이 참여한) 더빙판으로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부모들은 유명인이 아닌 전문 성우를 선호하는 편이다. 과거 다른 작품에서 유명인이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평이 많았다”고 이야기 했다.
물론 이들 또한 처음부터 유명인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홍보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민을 했었고, 더빙이 아니더라도 홍보대사라도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수입한 회사에서 무조건 전문 성우를 이야기 했고, 홍보대사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있긴 있지만, 그들이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작품이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엔 좋은 작품들은 1~2주가 아닌 장기간 상영하기도 하기 때문에 잠깐의 화제성이 아닌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