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 국민대학교전자공학부교수, 한국자동차공학회 이사 gm1004@kookmin.ac.kr
2016 파리모터쇼 첫 날 주요 업체들의 프레스 컨퍼런스가 마무리되었다. 전기차, SUV, 커넥티비티를 바탕으로 여러 회사들의 차세대 자동차가 공개되었으며, 많은 업체들이 도시 이동성의 해법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2년 전 2014 파리모터쇼와 비교해서, 그 해법이 더욱 구체화되고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14 파리모터쇼의 기술적인 이슈로는 긴급통화(이콜, Emergency Call)과 자동긴급제동(AEB, Autonomous Emergency Braking)을 들 수 있다. 그 시기가 이 두 기술의 의무 장착을 결정할 즈음이어서, 파리모터쇼의 대부분의 차량은 긴급통화를 위한 네트워크 모듈과 자동긴급제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의무 장착은 2018년에 시작하지만, 실질적인 장착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사고시 콜 센터로 전화를 연결하게 되는 이콜은 사고 후 안전을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이콜을 위해서는 차량에 3G 네트워크가 장착된다. 유럽의 자동차사들은 네트워크 모듈과 콜센터 운영으로 차량 가격이 인상되는 이콜 의무장착을 이끌어 내면서 더 큰 비전을 보고 있다. 바로, 차량과 주행 정보 분석이다. 각 차량에서 네트워크로 수집되는 정보들을 모으고 분석해서 도시 이동성의 해법에 활용하게 된다. 자동긴급제동은 사고율 저감과 자율 주행 기술의 부분 상용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이 장착되면 차량이나 보행자를 인식해서 차량 스스로 멈추게 된다. 고속도로 자율 주행 시스템과 도심 자율 주행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자율 주차 시스템 등의 기술들이 부분적으로 상용화되는 자율 주행 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자동 긴급 제동은 운전자를 지원해 왔던 그 동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차량 스스로 운전에 개입하는 자율 주행 시스템의 상용화라는 큰 의미를 갖는다.
2016 파리모터쇼는 이콜과 자동긴급제동 관련 기술들이 진화해 나가면서 도시 이동성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그동안 도시 인구 집중과 사회 변화에 따르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래 도시 이동성의 해법이 제시되어 왔다. 소형차-전기차-카쉐어링-자율주행-무선충전으로 요약되는 미래이동성의 해법이 2016 파리모터쇼에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큰 흐름과 더불어 이콜 기반의 차량용 클라우드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된다는 점이 중요한 점이다.
벤츠는 앞으로의 미래 전략을 CASE로 요약했다. 연결성을 강화하고(Connected), 자율 주행을 강화하고(Automated), 카쉐어링을 강화하고(Shared), 전기차 비중을 늘리는(Electric) 전략이다. 특히, 벤츠는 EQ라는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선보이며, 전기차에서도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IFA 2016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커뮤니티 기반 주차는 여러 차량의 정보를 모아서 실시간 주차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대표적인 차량용 클라우드 서비스이다.
BMW는 발표 전체의 키워드로 도시 이동성을 제시했다. i3, i8의 기존 전기차에 배터리 성능을 50% 향상시켜서 최적의 도시 이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의지와 더불어, 전기 오토바이인 씨에볼루션(CEvolution)과 도시형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을 표방하는 컨셉카 X2를 선보였다.
아우디-폭스바겐도 전기차와 도시 이동성을 강조했다. 아우디는 디지털화, 내구성 및 수명, 도시이동성을 차세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아우디는 스웜 인텔리전스(Swarm intelligence)와 스웜 데이터 서플라이(Swarm data supply)기술을 통해서 차량에서 얻어지는 각각의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내비게이션과 실시간 도로, 사고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폭스바겐의 미래 자율 주행 전기차 아이디(I.D.)는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600km(유럽 기준)에 자율 주행, 무선 충전 기능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프랑스 업체인 르노, 푸조-시트로엥도 전기차와 차량용 클라우드를 강조했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600km(유럽 기준)의 르노 조에(ZOE), 푸조-시트로엥의 차량 공유 기반 새로운 이동성 브랜드 프리투무브(Free2move) 등은 그 동안 소형차 중심의 도시 이동성 변화에 앞서 왔던 프랑스 업체들의 변화를 잘 보여 준다.
최근 모터쇼에서 좋은 전시를 보여 주었던 현대기아차의 경우, 이 번 전시는 주요 업체들의 흐름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신형 i3나 신형 프라이드가 모두 도시형 해치백을 지향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신형 전기차에 차량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조합하는 발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율주행-차량용 클라우드-전기차로 요약할 수 있는 2016 파리모터쇼의 도시 이동성 해법은 앞으로 자동차 업체들의 진화 방향을 잘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기계-전기전자-소프트웨어 기술이 융합되고, 전기전자-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자동차 관련 시장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들 업체들이 열어갈 도시 이동성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