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차 노조, 큰 그림을 봐야

[기자수첩]현대차 노조, 큰 그림을 봐야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들어 24차례 파업에 돌입하면서 생산차질 규모가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4일에도 파업을 결정하면 생산차질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기게 된다. 노조는 올해 현대차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임금인상`을 내세워 파업을 하고 있다. 노조원들은 평균 1억원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있다. 1·2차 하청업체 노동자보다 2배에 가까운 급여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노조가 지난 26일 12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선 것을 비롯해 지난 7월 19일부터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약 13만대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1차 협력업체 380개사는 1조300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 판매량은 계속 줄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309만2223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판매 감소는 국내 자동차 산업 축소로 연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생산은 21만7097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3.8% 감소했다. 내수 판매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한 12만4549대를 나타냈다.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11년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긴급조정권은 노조의 파업·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되는 조치다. 발동될 경우 30일간 파업 등의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진행된다.

만약 정부가 현대차 노조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두 번이나 긴급조정권을 적용받는 기업이 된다. 앞서 2003년에도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25일간 파업을 벌여 10만5000대 규모(1조3106억원)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자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검토한 바 있다. 다행히 당시에는 노사 협상 타결로 극한 상황까지 발생하지는 않았다.

노조는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고 사측을 견제·감시하는 집단이다. 한편으로 회사를 성장 발전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 회사가 힘들 때도 `제 밥그릇`만 챙기려고 생떼를 쓴다면 건강한 집단이라 할 수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현대차 노조가 눈앞의 이익만 좇기보다 좀 더 큰 그림에서 성장에 동참할 수 있다면 좋겠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