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디스플레이 업계가 차세대 TFT로 불리는 유기물 박막트랜지스터(Organic Thin Film Transistor)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유기물 TFT는 기존 무기물 비정질 실리콘 기반 TFT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구현에서 장점이 많다.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당장 양산은 힘들지만 연구개발(R&D)을 마치고 시험용 라인에서 개발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만과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가동을 중단했거나 중단을 앞둔 노후 생산라인에서 유기물 TFT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도 유기물 TFT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신뢰성 문제 때문에 도입 가능성은 매우 낮은 분위기다.
반도체는 무기물인 실리콘을 주로 사용한다. 유기물도 반도체 성질을 갖는 게 입증되면서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유기물 TFT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졌다. 최근 벤더블, 폴더블, 웨어러블 등 자유자재로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필요성이 커지면서 유기물 TFT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유기물 TFT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트랜지스터를 쉽게 형성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기존 비정질 실리콘 기반 TFT와 달리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 충격에 강하고 가벼워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소자로 활용하기 유리하다. 피부에 붙이는 디스플레이, 일회용 디스플레이 등 형태 변화가 자유로우면서도 초저가에 공급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잉크젯 프린팅, 롤투롤(R2R) 등 차세대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무기물과 달리 유기물이 잘 녹는 특성이 있어 특정 용매에 녹여 도포한 뒤 이를 증발시켜 고체화해도 전기적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 잉크젯 프린팅과 롤투롤 모두 기존 공정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차세대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중화권 패널 제조사는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활용해 유기물 TFT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라인에 별도의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유기물 TFT를 개발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욜 디벨롭먼트 에릭 비에레 수석연구원은 “지난 3~5년간 유기물 TFT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며 “낮은 이동도 문제가 아직 있지만 중국과 대만 패널 제조사 중심으로 유기물 TFT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내 패널 제조사는 유기물 TFT 기술에 아직 회의적인 분위기다. 유기재료 특성상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특성이 쉽게 바뀔 수 있어 안정성이 크게 취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유기물 TFT를 상용화하려면 유기재료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전자 이동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동도가 낮으면 전류를 증폭시키기 힘들고 전자소자 집적도가 떨어져 반도체 성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전자 이동도가 매우 빠른 저온폴리실리콘(LTPS)이 50~100㎠/Vs(초당 전압당 이동면적), 이동도가 매우 느린 아몰퍼스실리콘(a-Si)이 0.5~1㎠/Vs 수준이다. 유기물 TFT 이동도는 0.5~5㎠/Vs 수준으로 매우 느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유기물 TFT 연구가 진행됐지만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특성이 자주 변하는 문제가 상당히 치명적”이라며 “특성이 변해도 영향이 적은 전자종이(EPD) 분야에는 활용할 수 있지만 아직 가격이 고가여서 상용화를 논하기는 상당히 이르다”고 설명했다.
<TFT 채널 재료 성능 비교 (자료: 욜 디벨롭먼트)>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