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잘사는 사람 400명을 선정, 발표했다. 1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3년 연속 차지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를 비롯해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 회장 래리 엘리슨,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수십억달러를 가진 재산가로,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외에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미국 경영자와 지도층은 흔히 “억만장자가 되고 싶으세요? 그러면 창업을 하세요”라고 말한다.
포브스 자료는 이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 준다. 창업은 힘들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이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 세계 각국이 실업을 낮추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지금 좋은 일자리 창출만큼 애국하는 일은 없다.
기업가 정신을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ship)이라 부른다. 프랑스어 `entre`와 `prendre`가 합쳐진 말로, 무언가를 책임지고 맡는다는 의미다. 앙트러프러너십이 말하는 기업은 회사를 의미하는 기업(企業)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일으켜 성취한다는 기업(起業)이다. 쉽게 말해서 앙트러프러너십은 새로운 일에 도전해 문제를 해결함을 뜻한다. 저성장에 신음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신이다. 빌 게이츠를 비롯해 미국 400대 부호에 오른 IT인 역시 앙트러프러너십이 충만한 사람들이었다.
얼마 전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한 소녀가 자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녀 선택은 존중받아야 하고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소녀의 재능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 사용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세계 저성장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똑똑한 학습자가 아니라 도전하는 창업자다. 우리 사회는 하루빨리 이런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