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년 내다본 국가R&D 청사진 준비를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잇달아 발표됐다.

우리 과학기술인은 매년 이맘때면 노벨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노벨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기대는 간절하지만 기초과학이 부실하다 보니 노벨상은 남의 축제 일 뿐이다.

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할까. 이유는 분명하다. 기초과학연구 홀대와 단기 성과주의 탓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R&D 예산도 19조원이 넘는다. 그렇지만 기초과학 연구과제에 배정된 예산은 6%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정부나 대학, 연구기관은 단기 성과에 목을 매다 보니 당장 돈이 되는 정보통신, 반도체 등 응용과학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자가포식` 연구에 50년 외길을 걸었다.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도 `별난 물질` 규명에 수십년을 공들였다. 한 분야 연구에 평생을 매달린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5000만원이 안되는 기초과학 정부지정과제가 80%나 된다. 1년 단위로 성과를 검증받는 사례도 허다하다. 기초기술연구기관에도 중소기업 지원을 요구한다. 이러한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노벨상 수상은 포기하는 것이 맞다.

당장 돈이 되는 응용과학도 기초과학이 부실하면 `사상누각`과 다름없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지난 1월 내놓은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매년 26조엔(약 281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2049년에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과학굴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50년을 내다본 국가 R&D 청사진을 준비할 때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R&D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과학기술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