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전자 분할 제안으로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전자가 원하는 방향과도 유사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주주인 엘리엇 측의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면서 수용여부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했던 `적`인 엘리엇이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지주회사 전환 요구를 먼저 한 데 대한 의미 파악에 착수했다.
이번 제안이 시장 안팎에서 거론되던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큰 무리는 없다. 문제는 왜 엘리엇이 이런 제안을 했는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며 막판 표 대결까지 벌였던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안에도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삼성전자가 원하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명분을 주면서 실익을 챙기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면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을 나눠 갖겠다는 의도다. 또 삼성전자 주가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배당 확대 등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이득을 얻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엘리엇 제안과 별도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지주회사 전환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야당이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법이 통과되기 전에 전환해야 보유한 자사주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할 때 지주회사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12.2%를 활용해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사업회사 두 개로 나눠진다. 기존 주주들은 신설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신주를 동일한 비율로 배정받는다. 이후 오너 등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은 삼성전자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다. 주식 스와프(교환)로 불리는 이 과정을 거치면 오너 등의 지배력은 크게 강화된다.
현재 삼성전자 최대 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삼성물산 4.18%, 이건희 삼성 회장 3.55%, 삼성화재 1.30%, 이건희 회장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0.76%, 이재용 부회장이 0.5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의결권도 부활한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주회사에 자사주를 할당하면 지주도 사업회사 지분을 갖게 되면서 의결권이 생긴다. 현재 삼성전자 자사주는 12.8%다.
이처럼 지주회사 전환 방식은 적은 비용으로 오너 일가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방안이다. 시장에서 이 방식을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거칠 것으로 예상하는 대부분이 엘리엇 제안에 포함됐다”면서 “삼성이 스스로 내세우기 힘든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 명분을 세워준 격”이라고 분석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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