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 <132>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 <132>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어렸을 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들으면서 왜 아버지는 아니고 어머니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누가 가르쳐 주진 않았지만 아버지들은 실패에 대해 엄한 질책을 하는 반면에 어머니는 실패에 대해 감싸 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 사회는 정말 어머니처럼 실패에 대해 너그러이 감싸 주고 있는가.

지금도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격려하면서 “도전하는 그대의 모습이 아름답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가 되라” “포기라는 말은 있어도 실패라는 말은 없다” “실패는 자산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등 많은 말로 도전을 부추기고 있다.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성공할 때까지 노력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사회의 격려 덕분에 많은 젊은이가 창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아직까지는 성공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들이 정말 성공할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 지켜보고 격려하고 돕고 있는가.

한때 방산 비리와 맞물려서 우리나라 국산 무기들이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명품 무기라고 자랑하더니 불량품이라는 것이다. 수리온 헬기, 유탄 발사기, K9 자주포, 각종 미사일도 결함이 많은데 이게 무슨 명품 무기냐는 비난을 받았다. 아마 담당하고 있는 연구원이나 기업들은 죽을 맛일 것이다. 어느 누가 실패하고 싶어 실패했겠는가. 사실 이들이 정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패가 필요할 뿐이다. 실패가 거듭될수록 이들 작품은 정말 명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단번에 쉽게 성공했다고 하면 아마도 연출된 성공일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 개발 기간에 여러 환경에서 자꾸 실패해 봐야 실제 전쟁터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언론이든 정치가든 개발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패를 비판할 게 아니라 격려하고 인내심을 발휘해 지켜봐 줘야 한다.

어떤 기술이 완벽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전제돼야 한다. 정말 어려운 기술이거나 세계 최초 기술이라고 한다면 오랜 시간과 투자가 투입돼야 하고, 심지어는 인명까지도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바로 성공하는 기술은 아마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없는 기술일 가능성이 짙다. 누군가가 아직까지 어떤 일에서건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이제 곧 실패할 일만 남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성공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지금 사회·정치적으로 우리가 혼란스러운 것은 그동안 압축 성장을 해 오면서 선진국이 장기간에 걸쳐 경험한 여러 실패를 지금 모아서 경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패의 총량은 성공의 총량과 비례한다고 봐야 한다.

갤럭시노트7이 지금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승승장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그런 경우는 없다. 정말 글로벌 챔피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예상치 못한 실패도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 지금 내부적으로는 낙담하고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를 계기로 교훈을 얻어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지금의 실패가 의미 있는 것이 된다. 다시 고개를 들고 힘차게 일해 주기 바란다.

우리 사회는 도전 실패와 혼란에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해 관대해지고 너그러워져야 한다. 만약 우리 모두가 실패로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뭇매를 때리게 되면 실패에 대한 공포 때문에 누가 도전에 나서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게 정체돼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각 부문에서 도전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한쪽에서는 도전하라고 부추기면서 중도에 실패한 사람을 발로 밟는 이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행태가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가. 젊은이들이 도전을 피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고, 안전한 길만 찾는 그런 사회가 정말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가.

지금의 정치적 혼란, 반복되는 각종 사고, 경제적 비관론, 실패를 경험한 청년들의 사회적 불만 등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 지금의 혼란과 불안과 좌절과 실패가 결국에는 안정과 평화와 성공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비용이라는 생각으로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외치고 싶다. “대한민국 파이팅!”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