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찰스 페로 교수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편적 `정상 사고(normal accident)`로 규정했다. 오늘날 이런 원전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사고라는 주장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보편적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2중, 3중으로 감시망을 구축해야 한다.
경북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공포로 온 국민은 불안에 휩싸여 있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창궐` `북한의 5차 핵 실험` 등을 겪으면서도 정부는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해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우리는 이제 대형 재난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임에도 `설마` `우리는` `아직은` 괜찮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8개 국·처와 22개 정부기관을 통합해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아래에 재난관리청(FEMA)을 둬 국가위기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그러나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같은 대형 재난 대응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다시 2006년에 행정명령으로 `통합경보시스템(IPAWS)`을 구축, 이후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효율 높은 재난 정보를 전달했다.
일본도 2001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편해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2014년 내각부에 특명담당대신(방재담당)을 신설, 통합된 국가위기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04년 소방방재청을 신설했고,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안전처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 앞에 무력해진 국민안전처의 위기관리 기능은 이제 임계점을 넘어 무력감마저 안긴다. 국민안전처로서도 할 말은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기상청 같이 지진이나 쓰나미 예·경보를 자동으로 편집해서 신속하게 방송국에 전달해 주는 아데스(ADESS)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지진 관련 연구자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국민안전처도 9·12 경주 지진 피해를 계기로 `지진방재 종합개선기획단`을 발족, 긴급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에는 무엇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통합된 컨트롤 타워 구축이 가장 시급한 핵심 정책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강력한 대통령제에서는 위기 대응을 효과 높게 진두지휘할 컨트롤 타워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사이버테러는 국가정보원이 담당하고 테러는 총리실이 관리하며, 재난관리는 국민안전처가 맡고 미세먼지는 환경부가 담당하는 등 위기관리 주체가 제각각 분산돼 있다.
미국은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27개 부·청에 분산돼 있던 재난관리 기능을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 모아 통괄 조정하게 했다. 이렇듯 위기관리는 신속성과 전문성이 관건이다.
이에 따라서 국가 차원의 위기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된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설치는 시급한 과제다.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아 있고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쟁이나 테러, 대형 재난 등 국가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청와대나 총리실에 설치돼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leeyeon@sunmoon.ac.kr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