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헤지펀드 포럼 솔트 콘퍼런스에서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다”면서 “원자재와 관련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은 세계에서 8500억달러(약 10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계 자산운용 그룹이다.
그리고 두 달 후, 6월 28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이 800억엔(약 9200억원)을 투자해 12년 전인 2004년 지분을 인수한 호주 서부 앞바다에 떠 있는 두 개의 유전을 신규 개발, 2019년 중반께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쓰이물산 측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돈 2014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834억엔(1조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분야에서만 2800억엔(3조2000억원)의 평가 손실을 냈다.
하지만 지금 일본 정부는 기업을 독려, 해외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78년부터 시작한 우리나라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은 한때 도약의 불씨를 댕겼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2004년에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다시 강도 높은 해외자원 개발 정책이 추진됐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는 에너지 공기업 대형화란 슬로건으로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통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생산광구 매입과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선도했다. 이 때문에 해외자원 개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그동안 시행한 사업들이 부실하게 추진됐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자원 개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없다 하더라도 지금쯤 자원 개발 사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원 개발은 리스크 및 부가가치가 높은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다.
특히 해외 시장은 갈수록 자원민족주의를 외치며 진입 장벽을 높게 쌓아 가고 있다.
해외자원 개발에 대한 지속된 투자가 없다면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10년 뒤에 자원 식민지국가로 전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광물자원공사 측은 “광물자원 시장의 경우 글로벌 광업 메이저 기업들의 독과점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요 고품위 광물의 고갈이 가속화됐고, 메이저 기업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가격 결정권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원 개발을 여기서 멈추면 어렵게 얻은 사람, 기술, 정보를 다 잃고 만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국내 한 언론사가 `해외자원 개발 사업의 성공과 우리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학계, 업계, 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정책이 해외자원 개발 추진에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원 개발의 요체는 `현재 가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치`를 찾는 것이다. 정부의 관심 지속과 정책 및 재정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