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비슷비슷한 아이돌 음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 밴드 산울림 멤버 김창훈이 깊이 있고,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김창훈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이파이클럽에서 네 번째 정규앨범 ‘호접몽’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지난 1977년 산울림 1집으로 데뷔한 김창훈은 2012년 발매한 솔로 정규 3집 ‘행복이 보낸 편지’ 이후 약 4년 5개월 만에 새 정규앨범 ‘호접몽’을 발매했다.
‘호접몽’에는 타이틀곡 ‘사운즈 오브 러브’를 비롯해 ‘커피 마니아’, ‘호접몽’, ‘4월의 눈물’ 등 총 10개의 트랙이 수록됐으며, 김창훈이 전곡을 프로듀싱했다.
김창훈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사랑’, ‘부모’, ‘인생’ 세 가지 테마로 이뤄져 있다.
1번 트랙 ‘코엑스 러브’는 섬세한 느낌의 록발라드로, 런닝타임이 약 6분 가까이 된다. 김창훈은 “이 노래의 키워드는 ‘사랑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내가 다른 분들을 사랑한다는 의미도 있고, 많은 분들에게 서로 사랑하면서 살자는 메시지가 함께 담겼다”며 “코엑스는 서울 중심가에 있고, 오고 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이곳에 여러 가지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감상곡”이라고 ‘코엑스 러브’를 소개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2번 트랙 ‘사운즈 오브 러브’로, 김창훈이 자신의 다양한 보컬 색깔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노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한 가사가 돋보이는 이 곡에 대해 김창훈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의성어가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속삭여’, ‘두근두근’ 등을 사용하면서 사랑의 설렘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코엑스 러브’와 ‘사운즈 오브 러브’가 ‘사랑’을 테마로 만든 곡이라면 3번 트랙 ‘아버지’는 부모를 테마로 만든 곡으로, 김창훈의 형 김창완이 직접 기타 연주에 참여했다.
김창훈은 “형(김창완)에게 피처링 부탁을 위해 몇 곡을 보내줬는데 형이 이 곡(‘아버지’)을 골라 직접 기타를 쳐줬다. 기타 연주를 자세히 들어보면 산울림 느낌이 강하게 날 것”이라며 “‘아버지’는 동시대를 사는 모든 아버지들에 대한 초상이다. 이 노래를 듣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감상하면 더 의미가 도드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무언가에 중독된 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커피 마니아’, ‘일장춘몽’처럼 느껴지는 인생을 노래한 ‘호접몽’ 등이 이번 앨범에 수록됐다.
특히 6번 트랙 ‘4월의 눈물’은 세월호 사고를 다룬 곡으로, 실의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다. 지난 2008년 불의의 사고로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아픈 기억이 있는 김창훈이었기에 세월호 참사는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상에는 죽음이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한 가지는 자연사, 또 한 가지는 사고사다. 두 가지 중에서도 우리를 정말 아프게 하고 놀라게 하는 건 사고사”라며 “사고사의 경험이 제게도 있고 형에게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유가족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심정인지 제가 동생을 잃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조금이나마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4월의 눈물’을 만든 이유를 털어놨다.
무거운 주제를 다뤘기 때문에 당연히 템포가 느리고 장엄한 곡일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4월의 눈물’은 경쾌한 기타 및 드럼 연주가 돋보이는 밝은 느낌의 노래였다.
이에 김창훈은 “슬프다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남은 사람은 살아야하고, 통곡만 하면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역발상으로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봤다”며 “하지만 저는 노래의 기타소리와 북소리가 눈물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린다”고 설명했다.
지난 1977년 데뷔한 산울림은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산울림 3형제 중 막내 故 김창익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부터 산울림이라는 명칭을 거의 사용하지는 않지만 40주년을 자축하는 의미로 김창완과 함께 미주 투어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김창훈은 “형이 산울림이라는 말을 쓰기 꺼리기 때문에 아마 40주년이라는 표현은 하지 않을 것 같고, 대도시 위주로 미주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좋은 음악 들려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창훈의 정규 4집 ‘호접몽’은 지난 6일 발매됐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