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특허`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침해 심리가 11일(현지시간) 미 연방 대법원에서 열렸다.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 간 특허 대결을 넘어 미 연방대법원이 디자인 특허를 놓고 상고심을 연 건 122년만이어서 더 화제를 모았다. 소송과 관련해 미 정보기술(IT)업체들은 삼성을, 패션업체들은 애플을 응원했다.
소송전은 이날 오전 10시 워싱턴DC 1번가 1번지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1층 법정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8명 대법관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구두심리로 진행됐다. 상고심 심리는 이번 구두심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심리다. 판결은 몇개월 후인 내년 상반기 중 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2011년 4월 시작됐다. 당시 애플은 “삼성이 아이폰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년 뒤 애플은 기능과 관련해 또 한번 소송을 제기, 소송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삼성은 1, 2차 소송 모두 1심에서 패했다.
애플이 1차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에서 주장하는 아이폰 특허 침해는 △검은 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규정한 특허 △액정화면에 베젤(테두리)을 덧댄 특허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을 나타내는 컬러 그리드 아이콘 세 가지다.
애플은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2012년 1심에 이어 2015년 열린 2심에서도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삼성 배상액은 1심(9억3000만달러)보다 축소, 5억4820만달러로 줄었다. 2심에서 애플은 “아이폰 외관은 보호 받지 못한다”는 판결도 받았다. 1심(2012년) 판결에 따라 애플에 5억4800만달러를 지불한 삼성은 비용이 과다 계상됐다며 상고, 이번에 연방 대법원 심리가 열리게 됐다. 삼성은 “스마트폰 디자인 일부를 침해했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배상액은 스마트폰 전체 판매액으로 계산,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즉 이번 연방대법원 심리 쟁점은 디자인 특허 침해가 아니라 삼성의 배당금 규모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것이다.
삼성 측 캐서린 설리번(Kathleen Sullivan) 변호사는 25분간 변론에서 “20만개 이상 특허기술이 어우러진 복합기술제품인 스마트폰이 3건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판매 이익금 모두를 배상하도록 한 것은 터무니없다”며 “19세기 특허법을 첨단기술시대인 21세기에 그대로 적용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포츠카 등을 살 때 일부(디자인)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애플 변호인도 지지 않았다. “강력한 디자인 보호만이 창의와 혁신을 촉진한다”면서 “삼성의 복제는 디자인 혁신을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란다 오스월드 미시간대 법&비즈니스 교수는 “이번 사건은 여러면에서 역사적 소송이다”면서 “기술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반면 법이 이를 못따라 온다. 이런 면에서도 이번 소송 결과는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페이스북, 구글, 이베이 등 미국계 글로벌 IT업체들은 삼성을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 기술 제품은 디자인 하나만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면서 “과징금을 폭넓게 적용하면 매년 수십억달러를 투입하는 연구개발이 위축된다”고 밝혔다. 반면 티파니, 아디다스, 제니영 같은 패션업체들은 애플 편이다. 이들은 “제품 디자인이 구매를 일으키는 핵심요소”라며 “디자인 카피는 혁신을 저해한다”며 애플을 거들었다.
심리 전반적 분위기는 삼성한테 다소 유리, 배상액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번 소송은 일반시민 관심도 커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대법원 입구에 줄을 섰고, 선착순으로 250명가량이 법정에 입장했다. 일부는 방청석(180석)이 모자라 선 채로 양측 변론을 지켜봤다. 방은주기자 ejbang@etenws.com
◇애플 vs 삼성 아이폰 디자인 특허 침해 소송 일지
=2011년 4월:애플, 삼성을 디자인 특허 침해로 고소
=2012년:애플 1심서 승리. 9억3000만 달러 배상 판결
=2015년:애플 2심서도 승리. 배상액은 5억4800만달러로 축소. 아이폰 외관 특허 침해는 불인정.
=2016년;연방대법원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