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법·제도 개선, 투자 확대 등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자신문은 지난달 산학연관 바이오 전문가 17인을 선정, `바이오혁신리더포럼`을 발족했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첫 걸음을 뗐다. 바이오혁신리더스포럼 발족위원 17인을 대상으로 `K-바이오` 경쟁력 강화 방안에 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세계 바이오 시장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기술 매커니즘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생물학적 반응과 실험과정을 디지털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매뉴얼화해 불확실성과 오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김정한 아벨리노 한국대표는 태동기 국내 바이오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CT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생산 공정 혁신뿐만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디지털화해 표준화할 수 있다는 이유다.
김 대표는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시밀러와 스마트 헬스케어도 우리나라가 선전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패스트 팔로어`에 가깝다”며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생명공학 연구를 ICT를 활용해 증명하고, 매뉴얼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우리나라 ICT 발전지수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최고 수준 ICT는 제조, 통신, 유통 등 전 산업에 퍼지지만, 유독 바이오산업만은 더디다.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보수적이다보니 외부 설비 도입을 주저한다.
바이오산업에서 ICT 활용은 무궁무진하다. 신약 개발 수요조사부터 미생물 배양, 임상시험, 상업화까지 ICT를 활용해 매뉴얼화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유전자 분석으로 맞춤형 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낸다. 실제 올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도 유전자 치료제 개발로 인류 모든 질병을 해결하려는 논의가 이뤄졌다. 중심에는 빅데이터를 필두로 ICT가 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질병 정복을 위해 유전체 빅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구글, IBM 페이스북 등은 이미 의료정보 확보에 나섰다”면서 “우리나라도 암 등 주요 질병 유전정보 확보와 분석 사업을 추진하지만, 상대적으로 늦은데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구 기반 질병 레지스트리와 시술 관련 평가 레지스트리를 대규모 구축해 유의미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것이 첫 걸음”이라며 “DB를 활용해 유전적 질병 연관성을 파악하면,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08년 창업한 아벨리노는 유전질환인 각막이상증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각막이상증을 사전에 발견하는 유전자 검사 기술을 보유했다. 올 연말부터 영국 얼스터 대학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각막이상증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아벨리노는 안과 질환 전문 기업이다.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지만, 사업영역이 제한적이어서 투자자 관심을 끌기 어렵다.
김 대표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건강증진이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안과, 그중에서도 각막이상증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투자받기도 쉽지 않고 생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곳이 많다”면서도 “여전히 수천명 환자가 앞을 보지 못하거나 꿈을 포기하고 있다. 그들의 꿈을 지켜주는 사명감으로 치료제 개발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질병 혹은 돈이 안되는 치료제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개발해야 하며 그 역할을 우리가 하자는 게 아벨리노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유전자 치료제 업계도 큰 질병 보다는 작은 질병 치료제부터 성공해 확산하는 추세여서, 안과 질환도 곧 다른 질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