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진제 불만, 신기후체제 에너지 소비구조 동력으로 활용해야

조성경 명지대 교수
조성경 명지대 교수

폭염은 마법에 걸린 듯 사라졌지만 전기요금 폭탄의 연기는 퍼져 나가고 있다. 누진요금제 개선을 넘어 전기요금 제도 점검과 혁신, 이 제도를 올바르게 운영할 수 있는 효율 체계, 전기요금을 바라보는 국민 시각 등에 대한 논의와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년 동안 축적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180만여건에 이르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폭염이 지속되면서 급증한 에어컨 사용이 전기요금 문제를 국민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가정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비교하고 누진제가 기업을 위한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정 여론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국민 관심이 증폭된 것도 특이할 만하다.

전기요금을 둘러싼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신기후체제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강력한 의무를 부과하고, 전기 판매 개방은 초읽기에 들어섰다. 송배전 시설 확충을 위한 사회 비용은 크게 증가하고, 시설 유지·보수 및 에너지신산업을 위한 비용 지불의 불가피성은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정보 제공 요구는 점점 높아 가고 있다. 한편 전기요금의 수요관리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에너지 약자층 배려와 새로운 기술 개발 요구도 분명하다. 이러한 환경은 전기요금 상승을 부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경제와 국민 삶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전기요금 안정화는 기본이다.

이러한 사회 요구를 수용하고 좀 더 창의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첫째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함으로써 시장에 가격 신호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 관련 비용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 비용을 반영할 수 있다. 이 경우 전력량 요금의 3.7%를 부과하는 현행 전력산업기반기금은 폐지돼야 한다. 셋째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등으로 구분하는 용도별 요금제를 전압별 요금제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발전소에서 가까울수록, 전기를 고압으로 공급받을수록 전기요금을 덜 냄으로써 송배전 이용 요금을 현실화할 수 있다. 넷째 전기요금 고지서에 어떤 기준에 의해 얼마만큼의 요금이 부과됐는지를 자세하고 알기 쉽게 보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통신료와 같이 선택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이용 요금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 고효율 가전제품 구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 비용 지불 수준을 선택하게 하고, 그 비율에 따라 세금을 감면해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다양하거나 조합이 복잡한 선택요금제도는 오히려 소비자 불만을 불러들일 수 있다.

한편 에너지 약자층을 배려한 제도 지원이 보완돼야 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와 함께 에너지 소비를 좀 더 합리화할 수 있도록 주택을 수리하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으로 바꾸는 지원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또 에너지믹스 차원에서 큰 틀의 논의를 통해 사회 공감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것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려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이 제도 개선에 앞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전기요금과 관련해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누진제 불만으로 촉발된 사회 요구는 신기후체제라는 거대한 파도와 맞물려서 에너지 생산과 소비 근본을 바꾼다. 급히 결론을 먼저 내리려고 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신기후체제에 가장 안정되고 창의성 강하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에너지 생산·소비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 supercharmsa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