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한지 정말 모르는 거 같아요.”
한 은행 임원 A씨는 금융 개혁을 외치기 전에 관치 금융부터 끊어내야 한다는 속내를 밝혔다.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낙하산 인사가 대거 내려올 것이란 소문에 대한 반응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낙하산 의혹으로 이번 국정감사장이 떠들썩했다. 신임 이사장이 자본시장 업력이 짧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금융권 실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후임으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설이 퍼지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론이 커졌다.
금융협회와 일부 유관 기관엔 잡음이 더 크다. 최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과 전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 각각 한국증권금융,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신임 감사로 선임됐다. 두 사람 모두 금융 관련 경력은 전무하다. 전직 대통령경호실 부이사관도 지난 5월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로 임명되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금융기관에 정부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되는 한 금융 산업의 혁신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낙하산 인사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재임할 가능성도 희박해 장기 투자를 안 할 가능성이 짙다.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불러온 원인의 하나도 낙하산 인사였다.
본인이 낙하산 인사임을 자인한 대학교수 출신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국민 혈세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는데도 자신은 들러리만 서고 정부가 모든 것을 정했다고 주장, 파문이 일었다.
진정한 금융 개혁을 이루려면 관치 사슬을 끊고 역량 있는 경영자를 선임해야 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재를 금융 공공기관 임원 선임 관련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뽑아야 직원들 사기도 올라간다. 능력 있는 인사가 낙하산 누명을 썼다면 공개경쟁을 통해 자격을 입증하면 된다.
한때 한국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우간다보다 떨어진다는 소식에 금융 종사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누가 우간다보다 못한 한국 금융을 만들었을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