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사는 발비르씨는 요리사로 퇴직했다. 집에 에어컨과 세탁기, 케이블TV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금기시하는 제품이 있다. 휴대폰(셀폰)이다. 인도에서 휴대폰은 비싸지도 않다. 경쟁이 치열하고 저가폰이 많은 까닭에 50달러 이하에 살 수 있다.
발비르씨가 휴대폰을 꺼리는 건 딸 때문이다. 13살과 7살 딸을 둔 그는 “(딸이) 휴대폰으로 이야기하다 연예로 발전하고, 결국 남자랑 도망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가 13세 딸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다. 그 자신도 인터넷 접속은 안하고 통화용으로만 휴대폰을 사용한다. 발비르씨는 “여자가 길을 가면서 휴대폰으로 이야기하고 음악을 들으면 남들이 뭐라 생각하겠어요. 조신한 여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거 아니예요”라고 말한다.
인도 남성들의 이 같은 생각이 수천만 인도 여성을 `디지털 퍼다(Purdah)`로 만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퍼다`는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들이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집안 별도 공간에 살거나 얼굴을 가리는 것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인도는 남성과 여성간 휴대폰 보유 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남성 휴대폰 보유율은 43%, 여성은 28%로 15%나 차이가 난다. 숫자로 치면 1억1400명이나 차이난다. 이는 1% 밖에 차이 안나는 중국(남성 49%, 여성 48%)과 크게 대비 된다. 세계 전체로 보면 남성과 여성간 휴대폰 보유 격차는 2억명 정도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인도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2014년 인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여성 9%만이 인터넷 검색과 휴대폰 및 컴퓨터로 이메일을 보낼수 있었다. 이 비율이 남성은 16%였다. 인도 페이스북 사용자 중 여성 비율은 24%로 세계 최하이 수준이고, 남성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경제학자들은 “인도 경제발전을 위해 보다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4년 기준 인도 여성 중 일하는 여성 비율은 27%로 10년전(2004년) 36%에서 하락했다. GSMA는 만일 인도 여성이 남성 만큼 휴대폰을 보유하면 인도 스마트폰 업체 매출이 연간 35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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