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할 때 버린 폐목재 가구가 쿨링팬을 단 `노트북 스탠드`로 바뀌었다. 목공소에 있던 자투리 원목 목재는 태블릿 거치대로 멋지게 변신했다. 아두이노로 만든 수제 전자악기,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을 이용해 만든 동물친구들 시리즈인 `심플 애니멀즈(Simple Animals)` 등 메이커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5~16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 서울 2016`은 주말 동안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5000여명 관람객을 끌어 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만드는 즐거움을 공유하는 창의체험의 장`인 메이커 페어 서울은 올해 5회째로 규모가 처음보다 6배 이상 커졌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민간 기업인 한빛미디어 주최로 2012년 참가 전시자 30팀(총인원 128명)으로 시작했다. 2013년 50팀(255명), 2014년 91팀(330명), 2015년 172팀(619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올해는 200팀(700명)으로 전년보다 참가자가 늘었다. 페어가 재미있고 교육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입장료가 유료임에도 방문객 수가 늘어 2012년 985명에서 2014년 3500명, 지난해 4000명을 넘었고 올해 약 5000명이 행사를 찾았다.
올해는 개인 메이커, 스타트업, 기업 등이 부스 형태로 참여해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나 상품을 선보였다. 구글의 제품을 사용한 프로젝트나 물건을 선보이는 `구글 핵페어`와 각국 선수들의 드론 조정 실력을 겨루는 `제3회 드론 파이트클럽` 등이 열렸다.

가족 단위 관람객도 점차 늘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70대까지 방문객 분포가 넓어지는 추세다. 올해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는 `패밀리 워크숍존`이 구성돼 열렸다. `과학교실 운영`에는 70대 과학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갖고 와서 프로젝트를 알리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로봇 대전, 국제적 커뮤니티(팹랩, 해커스페이스 등)도 마련돼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메이킹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전이 구성됐다.
전다은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은 자발적으로 신청해서 자신이 만든 걸 가지고 와서 자랑하는 장”이라며 “3년째 페어에 참여한 입장에서 볼 때, 예전보다 중·고등학생 메이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지순 메이커는 “성인보다 어린이들이 즐기기 좋은 축제의 장이었다”며 “구글 핵페어에서 관람객 사진을 찍고, 감정을 추출해주는 기계학습을 접목해서 나온 팀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참가 메이커 중 90%가 메이커 페어에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평균 관람객의 93%가 메이커 페어 행사에 만족했다.
정희 한빛미디어 메이크코리아 브랜드 매니저는 “페어를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전시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국내에 메이커가 늘고 있다는 뜻”이라며 “3D프린터, 아두이노 등 메이커들이 쉽게 쓸 수 있는 도구 인지도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드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행사라 참여자도 관람객도 재미있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