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출근길에 지하철 1호선이 멈췄다. 지하철을 탔던 사람들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버스 정류장이 일순 사람들로 붐볐다. 종로 일대는 모여든 차들로 교통량이 급증했다. 택시를 포기하고 급기야는 도보 출근을 택한 사람들도 있었다.
흐름이 멈추는 곳에선 혼란이 발생한다. 삼성전자가 단종을 선언하며 갤럭시노트7 생산 흐름이 막혔다. 갈 곳을 잃은 부품들을 떠안게 될 중소 부품업계로 관심이 쏠렸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공급 사슬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은 출근길 지하철 1호선의 운행 중단과도 같은 충격을 국내 부품 업계에 미쳤다.
갤럭시S7시리즈 생산량 증가와 같은 대책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막힌 흐름을 이으려는 자구책이다. 갤럭시노트7과 갤럭시S7시리즈는 상호 호환되는 부품이 상당수다.
출시에 맞춰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예견한 이는 없을 것이다. 갤럭시노트7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였다. 실제 초반 판매 흐름도 나쁘지 않았다.
부품업계 전반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목소리가 들린다. 매출 비중이 높은 몇몇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으로 가는 흐름이 막히더라도 다른 샛길로 물량을 돌릴 수 있었어야한다는 얘기다.
지하철 1호선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는 대체가 힘든 교통수단이다. 우리나라 공급 사슬 지형 역시도 그런 한계에 직면해있다.
경쟁관계의 다수 고객사를 둔 부품·소재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A와 함께 개발한 신제품이 알려지면 고객사 B에서 샘플을 요구하기도 한다”면서 “차라리 단일 고객사를 두면 우리도 그런 불편을 덜 겪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나타낸 적도 있다. 고객이 많을수록 불편하고 힘들어지는 왜곡된 시장구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왜곡된 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일방향식 갑을관계가 청산될 수 없다. 마치 출근길 운행을 멈춘 지하철 1호선에 앉아 있던 탑승객처럼 말이다.
협력업체와 전방업체를 잇는 흐름이 여러 갈래로 편안하게 뻗길 바란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