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부품업계가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4분기 실적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 공용 부품 활용, 갤럭시S7 증산 물량 확보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후속 대응에 따라 4분기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갤노트7은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디스플레이 같은 일부 전용 부품을 제외하면 상위권 협력사는 실적 방어를 노려볼 만하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첫 리콜 직후인 9월 주요 협력사 가동률이 이미 떨어졌기 때문에 당시의 리콜 조치가 단종 충격파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갤노트 효과는 통상 3분기보다 4분기에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실적 방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갤럭시S7 증산량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노트 단종 직후 갤럭시S7과 엣지용 부품 증산을 주문하고 있다. 교환 제품 수요에 대응하고 갤럭시S8 출시 전까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부품업계는 갤럭시S7 출하량이 상반기 수준으로 늘어나길 기대한다. 통상 갤럭시S 시리즈는 노트 시리즈가 출시되면 출하량이 절반 가량 줄어든다. 갤노트7 전면 카메라모듈을 공급한 A사는 최근 갤럭시S7 엣지용 부품을 소폭 증가한 수량으로 주문받았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갤럭시A 시리즈 같은 중가형 스마트폰은 협력사에도 많은 물량이 풀리지만 아직 조기 출시 조짐은 없다”면서 “갤노트7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만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한다면 갤럭시S7이 더 유력하다”고 전했다.
갤럭시S7과 갤노트7 공통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증산 물량이 늘어나면 4분기 실적방어가 가능할 전망이다. 전면부 카메라모듈 업체가 이에 해당한다. 파트론, 엠씨넥스 같은 주요 협력사는 두 제품에 모두 납품했다. 공용 부품 활용 여지가 있다.
다만 두 회사가 생산하는 홍채인식 카메라모듈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부품은 차기 모델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 출시 당시 후속 제품에도 홍채인식 기능을 확대 적용할 뜻을 내비쳤다.
케이스 협력사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갤노트7은 금속(메탈) 케이스를 채택했다. 외주 협력사 대부분은 플라스틱 사출 케이스 사업을 이어오다 메탈 케이스까지 생산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메탈 케이스는 상당량을 삼성전자가 직접 생산한다. 이 내재화 정책 때문에 실적이 악화된 협력사도 있지만 이번 사태에는 오히려 충격 완화 요인이 됐다.
렌즈업계는 업력에 따라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삼성전기, 삼성전자 등 계열사와 오랜 시간 협력을 이어온 회사는 다품종 생산 체계를 갖췄다. 카메라모듈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 모델이다. 갤노트7용 렌즈 물량이 빠지더라도 보완할 기회가 있다. 대신 최근 신규 진입한 협력사는 갤노트7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무선충전 모듈 제조사도 회사마다 표정이 다르다. 수신부(Rx) 모듈은 개별 제품에 모두 탑재되기 때문에 갤노트 단종 물량이 그대로 생산 감소분이 된다. 반면에 송신부(Tx) 모듈은 피해가 덜하다. 아직 무선충전기가 번들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카메라모듈과 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핵심 부품을 공급했던 삼성전기는 피해가 우려된다.
부품 가격 인하폭도 4분기 실적방어에 중요한 변수다. 한 부품사 대표는 “생산 재개와 중단이 반복됐기 때문에 현재 협력사가 보유한 재고는 한 달치 내외일 것”이라면서 “물량이 많지 않고 비교적 최근에 생산된 제품이기 때문에 갤노트 출하 초기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