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직면한 것은 증권사 규모뿐만이 아니다. 증권사 간판이 새로 달리면서 자본시장 중심지인 여의도의 지도까지 변화하고 있다. 업계 변화와 함께 증권사들도 여의도를 떠나 하나 둘 명동과 을지로 인근에 새 둥지를 틀고 있다.
대신증권은 다음달 말 명동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위치는 서울 명동 옛 중앙극장 자리다. 명동 사옥을 매각하고 여의도로 본사를 옮긴 지 33년 만에 명동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대신증권은 이전한 새 본사에는 계열사 대신저축은행, 대신F&I, 대신자산운용이 모두 모인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이미 저층부는 부동산 운용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대신금융그룹 계열사가 한 곳에 모여 시너지 창출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도 연말 미래에셋증권과 통합이 마무리되면 서울 중구 수하동 센터원 빌딩으로 본사를 옮길 계획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나간 자리를 미래에셋대우가 채운다. 합병에 맞춰 10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이 센터원으로 이전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근 종로 그랑서울 타워에 다음 달 둥지를 틀 예정이다.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삼성증권은 을지로를 떠나 강남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이미 삼성의 금융 계열사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전자가 위치한 서초 사옥으로 이전했다. 삼성증권도 12월 중 서초 사옥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증권과 합병한 KB증권의 본사 이전도 예고돼 있다. KB투자증권은 올해 유진투자증권이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옮긴 자리를 채웠다.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 이후에는 두 회사가 함께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여의도에 두 회사가 함께 입주할 만한 마땅한 건물이 없다”면서 “신축 중인 교직원공제회 건물부터 두 회사가 함께 입주할 수 있을 만한 건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사끼리 합병이 이어지면서 마치 1990년대 말 국제금융기구(IMF) 금융위기 사태로 고려증권, 동서증권 등이 간판을 바꿔 달던 시절이 떠오른다”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명동으로 이전하고 있지만 여의도는 여전히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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