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돌파·세대교체…대기업, 인사 태풍 분다

품질 문제·검찰 조사 등 악재…주요 그룹 인사 폭 클듯

위기돌파·세대교체…대기업, 인사 태풍 분다

연말 정기인사를 앞둔 주요 그룹에 인사 태풍이 예고됐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에 빠지면서 국내 주요 그룹들도 모두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품질 문제, 검찰 조사 등 악재를 직접 만난 그룹도 있다. 재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규모 쇄신 인사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 달 말부터 주요 그룹이 정기 인사를 실시한다. 현대차와 SK 등 일부 그룹은 예년보다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그룹 모두 인사 폭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올라선 뒤 실시하는 첫 인사다. 이재용식 `뉴 삼성`을 여는 혁신 인사가 예상된다. 지난 2년 동안은 사장단 인사 폭이 크지 않았지만 올해는 사장단도 큰 변동 요인이 있다.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문책 인사`도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물론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 의사결정에 관여한 그룹 임원까지 모두 영향권에 들어 있다. 갤럭시노트7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되는 등 위기를 맞으면서 전체 임원 규모도 축소될 가능성이 짙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올해 인사는 패러다임 시프트 기간이어서 큰 폭이 예상된다”면서 “승진보다는 보직 이동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판매 부진과 품질 결함이 겹치면서 위기에 처한 현대차그룹은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이달에만 두 번 인사를 단행했다. 12월 말에 실시하는 정기 임원 인사 이전에 수시 인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인 만큼 승진 폭은 크지 않고 이동이 많을 것으로 점쳐진다.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인사 배치와 함께 품질 결함을 수습하기 위한 조직 개편도 예상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현재 경영 환경을 전쟁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언급할 정도로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경영에 복귀하면서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올해는 다르다. 최 회장은 책임 경영을 선언하며 2년 만에 등기임원으로 복귀했고, 변화와 혁신을 지속 강조해 왔다. 핵심 계열사를 포함, 사장단과 임원진 모두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도 변화를 예고했다. 구본무 회장이 “임원의 정예화”와 “젊은 인재가 많았으면 한다”고 말한 만큼 임원 인사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업무가 중복되는 임원 자리를 축소하고 신사업 위주로 재편하는 사업 방향에 맞춰 조직도 변화를 줄 전망이다. 실적 부진에 빠진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에 대한 조치도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 인사가 예상된다.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신동빈 회장이 그룹 정상화와 체질 개선을 위해 큰 폭의 물갈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대 교체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주요 그룹이 과거 어느 때보다 모두 위기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 달리 올해 인사는 재계 별들의 대이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