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핵심으로 언급되지만 국내 빅데이터 시장은 초기 인프라 구축 단계에 머물러있다. 빅데이터 활용과 도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정책과 법적 지원 등이 요구된다.
24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빅데이터 특성과 동향` 보고서에서 국내 빅데이터와 분석 시장이 아직 도입 단계로 선진국 대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빅데이터 시장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빅데이터 도입률은 전체기업 기준으로 약 4.3% 수준이다. 국내 빅데이터 기술은 선진국(100기준) 대비 62.6% 수준이다. 기술 격차가 약 3.3년 뒤처졌다.
연구소는 국내 기업 빅데이터 도입이 더딘 이유로 `풍부한 데이터 부족`을 꼽았다.
안성원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분석을 할 만큼 풍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정부나 기업이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직접 빅데이터 분석과 가치를 창출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지금도 성장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빅데이터 인프라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3.1%를 기록, 2019년에는 486억달러 규모로 성장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는 2020년 8억9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정부와 기업 주도로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사례가 등장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도시 관리 및 긴급 대응 시스템`에 데이터 분석 기능을 적용해 교통과 전력 인프라를 통합 관리한다. 48시간 이전에 폭우 예측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은 빅데이터 기술로 지능형 교통망 시스템을 구축했다.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85% 이상 교통량을 측정한다. 아마존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패턴을 파악하고 구매를 유도한다. 넷플릭스도 서비스 가입자 영화시청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별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를 추천한다.
국내도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단계를 넘어 활용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해 빅데이터 사업이 늘었지만 여전히 개념을 잡거나 인프라 구축 중심”이라면서 “구축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업이 많아져야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 지난 5월 발의됐지만 구체적 논의는 없다.
배덕광 의원(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빅데이터의 이용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5월 재발의했다. 정부가 빅데이터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하고,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에 한해 공공과 민간이 자유롭게 활용하는 게 골자다.
업계는 산업 활성화 법안과 제도 마련에 찬성하지만 시민단체는 개인정보보호 이슈를 제기한다. 산업 활성화를 빌미로 자칫 개인정보 노출 또는 유출 가능성이 있다. 법안이 제대로 힘을 받기 위해선 업계와 사회 공감대 마련이 필요하다.
배덕광 의원은 “조만간 빅데이터 법안 관련 공청회를 개최해 업계와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의견을 청취하고 수정, 보완할 것”이라면서 “국내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도록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