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개헌 선언이나 다름없는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정치권은 `개헌 회오리`에 휩싸였다. 그동안 개헌 필요성을 제기해온 여야 거물들이 많아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개헌 본질 그 자체보다 청와대가 그동안 `시기 상조`라며 소극적 입장을 고수해오다 돌연 개헌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나 우병우 의혹 등 각종 논란을 덮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개헌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정략적 의도`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금기시하던` 것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난데없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 개헌 의지가 발표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측근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靑 “개헌,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준비한 것”
박 대통령 개헌 제안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개헌을 제안한다고 검찰수사가 달라질 수도 없는 것”이라며 “개헌 논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고, 논의를 통해 국가 미래를 함께 설계하자는 것으로 현재의 현안과 결부시켜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 초 개헌에 대한 방향 설정에 대해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었고, 광복절 기념사에서 개헌 추진을 공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면서 “개헌에 대해 상당히 오랫동안 구체적으로 준비해왔고 이것을 하루아침에 제안할 사안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개헌 주도권을 놓고도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실제 제5공화국 헌법 개정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 반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당시에는 국회 주도로 개헌이 이뤄졌다.
김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면서 “개헌안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보다 많은 의사를 표현하고 의지를 밝힘으로써 개헌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안 제안권자는 대통령과 재적 과반의 국회”라면서 “국회 논의과정을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 제안권자로서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에선 개헌을 제안한 대통령은 이번 개헌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내 개헌위원회를 둔다는 건 정치적 암수를 숨겨둔 제안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은 국정과 민생에 전념하시고, 개헌논의에서는 빠지고 국회에 맡겨야 한다”면서 “개헌이 적절치 않다는 게 아니라 이 시기가 적절치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정권연장 음모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임기 말의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모양새를 취하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개헌추진위·국회 개헌특위 어떻게 구성되나
박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 완수를 위해 정부 내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국무조정실, 법무부, 행정자치부, 법제처 등 관계 부처와 헌법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나 기구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수석은 이날 “개헌 실무기구는 구체적으로 완벽히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대강 정해져 있다”면서 “더 구체적으로 마무리해서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도 `헌법개정 특별위원회(개헌특위)` 구성을 요청했다. 개헌 범위와 일정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본격적인 입법을 추진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특위 구성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만큼 개헌특위를 통한 논의 방식에는 큰 분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개헌특위 구성 방법, 활동 기한, 위원장 선임, 외부 인사 등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뜨거울 것으로 특히 내년이 대선정국이라 여야 3당 `셈법`에 따라 더욱 첨예하게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관련해 “개헌 논의를 여당이 주도하려는 생각이 없다”면서 “정파와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여야가 같은 비중으로 개헌을 함께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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