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7에 처음으로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져 용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영상처리에 FPGA를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FPGA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소프트웨어처럼 용도에 맞게 회로를 다시 새겨넣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용도에 맞게 반도체 기능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하듯이 변형할 수 있다. 일반 반도체에 비해 가격이 수십~수백 배 비싸며 항공, 자동차, 통신 분야에 주로 쓰인다.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아이폰7에는 래티스반도체사 FPGA칩(모델명 ICE5LP4K)이 탑재돼 배경과 용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폰에 FPGA칩이 채용된 것은 처음이다.
애플이 FPGA 용도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케빈 크리웰 티리아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매우 드문 흥미로운 일이다. 제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FPGA를 내장한 스마트폰은 적다. 애플은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애플이 향후 출시하는 서비스에 이용하려고 FPGA를 탑재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AI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아이폰7은 애플이 독자 설계한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가 내장된 컴퓨터비전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단말기에 AI를 탑재해 주로 클라우드 기반 AI를 제공하는 구글 등과 차별화했다. 단말기에서 처리하는 것이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보내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래티스가 영상처리 FPGA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VR과 AR 영상 처리에 FPGA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향후 펌웨어 업데이트에서도 FPGA를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 9월 열린 아이폰7 발표 행사에서 FPGA에 대해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애플 이외에도 FPGA를 스마트폰에 탑재한 업체는 있지만 소수다. 삼성은 2014년 갤럭시S5에 래티스반도체 FPGA를 탑재했지만 용도를 밝히지 않았다. 이듬해 출시한 갤럭시S6에는 채택하지 않았다.
FPGA는 머신러닝 등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며 최근 데이터 센터 수요가 높아졌다. 애플이 채택한 FPGA는 소형 장치용으로 제품 저전력화와 소형화를 추구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알테라(Altera)와 자일링스(Xilinx)는 데이터센터용 하이엔드 FPGA를 생산한다.
인텔은 지난해 167억달러에 알테라를 인수했다.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이미 서버용 프로세서와 FPGA를 결합한 제품을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데이터센터에서 AI 기능을 높이기 위해 FPGA 자체 개발을 검토하고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