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먹으면 100세까지 무병장수한다.” “△△ 좋아하는 사람 암 걸릴 확률 3배 높다.”
평일 오후 TV를 틀어 보면 온통 음식과 건강 프로그램뿐이다. 주류 시청자인 주부를 대상으로 남편, 자녀 건강을 위해 당장 식단을 바꾸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 덕분에 본가에 갈 때면 항상 이름 모를 해독 주스를 삼시 세끼 먹곤 했다.
한 공중파 방송 다큐멘터리가 화제다. 과거 `황제 다이어트`로 이슈화된 고지방 다이어트가 실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출연자는 하루 식사에서 탄수화물을 50g 넘기지 않고, 전체 열량의 70%를 지방으로 섭취했다. 1년 동안 몸무게 30㎏을 감량하고 콜레스테롤, 지방간 수치까지 좋아졌다. 내용이 알려지면서 삼겹살을 비롯해 고지방 제품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지난 26일 의학계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고지방 다이어트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비만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 5개 관련 전문 학회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체중 감량 원리는 조기 포만감을 유도해 식욕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기로는 체중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로는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식단을 유지하면 심혈관질환이나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유발, 건강을 해친다고 덧붙였다. `고지방 다이어트` 다큐를 방영한 방송사도 이들 학회의 주장을 보도했다.
음식은 만병 치료의 근간이라고 한다. 동시에 음식이 주는 즐거움도 크다.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삶과도 밀접하다. 이 때문에 건강 프로그램은 물론 먹는 방송 `먹방`과 요리 방송 `쿡방`의 인기가 시들 줄 모른다.
음식 관련 `정보 홍수` 속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때로는 만병의 근원으로 의심되는 음식이 만병통치약으로 둔갑, 소개되기도 한다. 오히려 매체들이 혼란은 물론 과도한 `건강 염려증`까지 부추기는 건 아닌지…. `선택은 시청자의 몫`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는 안 된다. 질병과 건강 관련 내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TV 건강 프로그램이 알려 준 식단보다 어머니 손맛이 내 몸에는 더 좋을 것 같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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