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증거개시`(디스커버리)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처럼 특허침해소송 소제기에 앞서 특허권자와 침해자 모두 침해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증거수집제도를 특허법에 도입하자`는 내용의 논문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원장 안대진)이 선정한 최우수 지식재산논문에 뽑혔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지적재산권법) 심지은씨와 이나라씨가 함께 쓴 `특허침해소송에서 증거수집제도의 개선방안`이 대학원생 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특허권자의 침해 입증 어려워”
논문에서 저자는 소제기 전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특허법 132조(자료제출명령제도)와 민사소송법 343조(문서제출명령제도) 등에 특허침해소송 관련 증거수집제도가 있지만 소송 중에 진행하는 현행 제도는 증거수집에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증거보전신청도 특허권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현행법은 특허 침해 관련 증거가 침해자에게 많은데도 특허권자에게 침해 입증을 요구해 증거가 불충분하게 제출되고, 오히려 특허권자 책임이 더 무거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소제기에 앞서 특허권자와 침해자 모두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증거수집제도를 특허법에 도입하면 포괄적인 자료에 기반한 충분한 판단과 특허권자 보호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낮은 손해배상액 문제도 증거수집제도를 개선하면 해결 가능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판결에서는 특허권자가 실제 입은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을 인정하기 때문에 증거가 충분히 제출돼야 배상액도 제대로 산정될 수 있다. 배상액 현실화를 위해 자주 언급되는 징벌적 배상제 역시 증거제출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특허침해 배상액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고려해도 미국 6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제기 전 증거개시제도 도입을”
논문은 구체적으로 소제기 전 증거수집제도와 증거개시명령제도, 제재수단 도입을 제안한다.
증거수집제도로 양 당사자에게 소제기 전 증거보존·개시 의무를 부과하고, 증거개시명령제도와 제재수단으로 강제성을 부여하면 실질적인 증거제출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증거개시로 발생하는 금전피해 예방·구제 차원에서 사전담보설정제도와 비용보상청구권도 제시했다.
소제기 전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하면 전체 소송이 길어지고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증거개시로 서로 증거를 제출하면 소송 향방을 가늠할 수 있어 실제 소송으로 진행하지 않고 화해나 조정으로 마무리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미국에서도 증거개시제도로 전체 소송 중 80% 이상이 화해·중재로 끝난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한편 대학생 부문 최우수상은 `지식재산권을 통한 국가무형문화재 전통공예 분야의 보호방안 연구` 논문을 작성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김수연씨와 문서연씨에게 돌아갔다. 이외에 우수상 2편, 장려상 4편 등 모두 8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수상작을 담은 대학(원)생 논문집은 오는 12월 발간된다. 시상식은 지난 7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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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