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최근 첫 배터리 전기자동차(BEV) `볼트(BOLT)`의 출시 행사를 우리나라 최대 가전 전시회 `한국전자전`에서 개최했다. 모터쇼나 별도 행사장이 아닌 전자전에서 신차를 출시하는 건 국내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는 볼트의 혁신 기술을 통해 기존의 자동차 시장에 대해 파격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GM의 의지는 내연기관차 분야 세계 1위라는 전통 가치 및 경험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벤처기업 수준인 테슬라와 비교할 때 실현 가능성이 더욱 기대된다. 전기차는 부품의 구성이나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용 방법과 자율 주행, 카셰어링 등 응용 산업을 생각한다면 과연 기존 자동차와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내연기관차 기준에서 전기차를 바라본다면 제조·부품사, 충전 사업자 등 관련 사업자는 물론 배터리 교체나 V2G(자동차의 충전 전력을 외부로 보내는 친환경 기술)와 같은 신규 산업 시장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우리 전기차 시장에서는 새로운 발상을 찾아볼 수 없다. 전기차 보급 주무 부처가 환경부인데 왜 `판매`가 아닌 `보급`인가. 탄소 배출 저감과 대기 오염 방지를 위해 전기차 `보급`이 절실하다면 차량 제작사에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 조항을 만드는 게 앞선 순서이자 규제 부처가 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배출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전기차를 왜 환경부에서 인증하는 지도 의문이다. 결국 과도한 `보조금`을 통한 `보급`을 주관하기 위해 인증이라는 수단을 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전기차가 교통수단이어서 환경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라면 지하철도 환경부 인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전기를 이용하는 이동 수단이라는 같은 이유에서다.
충전 인프라 구축 역시 왜 환경부가 관여하는지도 의문이다. 충전 인프라는 주유소나 이동통신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서비스가 융합된 분야다. 단순히 충전기를 여기저기 설치하는 장치 산업과는 접근 자체가 다른 고객 서비스 산업이다. 최근 세계 추세인 전력 재판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과 맞물린 융·복합 신에너지 분야다. 이런 상황에 환경부가 전기차 보급 부처라는 단편 논리로 충전 인프라 시장에 관여하는 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일방 보급이 아니라 소비자를 고려한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전기차를 기술 관점에서 보면 냉장고, 스마트폰과 가장 유사하다. 냉장고는 덩치가 큰 데다 바퀴가 달리고 에너지 소비에 민감하며, 스마트폰은 배터리 및 충전과 첨단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전기차는 이 두 가지를 섞어 놓은 제품이라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자율 주행, 카셰어링 등 첨단 기능이 가장 먼저 적용됐다. 또 기존의 렌터카, 운수업, 운송사업자 등 모든 자동차 관련 산업을 혁신할 수도 있다. 이런 혁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기존의 자동차 업종 관련 규정으로 다양한 시장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산업 관점에서 전기차, 이모빌리티는 물론 자동차 관련 업종의 각종 규정 전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이러한 규제 기관들이 새로운 개념의 이동 수단을 기존의 자동차 규격에 맞춰 구분하려다 보니 산업과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 갈 수 없고, 결국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2018년에 고속(120㎾h) 충전, 완전 자율 주행, 무인 카셰어링 서비스가 동시에 지원되는 전기차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어떤 국내 규정으로 정의하고 관리할지 궁금하다. 과연 지금의 기준과 규정 및 접근법으로 소비자 안전과 산업 발전, 국내 산업 보호를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 kyle@charz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