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퀄컴이 지난 27일 네덜란드 NXP 반도체를 470억달러(약 54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업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퀄컴은 “이번 M&A로 통합 반도체 솔루션 분야에서 양사의 글로벌 리더십을 키워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퀄컴은 모바일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스마트폰 모뎀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 강자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모바일 반도체에 치중된 사업에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창 뜨고 있는 사물인터넷(IoT)과 자동차, 보안, 모바일 결제 등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엿보게 된 것이다.
특히 미래 전략 분야를 자동차용 반도체로 설정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다 보니 자동차용 반도체 세계 1위 NXP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NXP는 퀄컴이 찾는 사업 다각화에 가장 어울리는 파트너인 셈이다.
퀄컴의 NXP 인수는 산업 측면에서 시사점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반도체 핵심 트렌드가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 `스마트카`라는 것이다.
올해 초에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미국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나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최대 화두는 스마트카다. 지난 26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에서 열린 한국전자전(KES 2016)의 화두도 자동차와 IT의 융합이다. 이제 반도체와 자동차는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반도체업계의 M&A 열풍은 올해도 여전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3배가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 1, 2위인 인텔과 퀄컴이 모두 가세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IoT와 함께 자동차 전장화 추세 확산과 맞물려 성장을 예고한다. 성장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니 인텔과 퀄컴 외에도 소프트뱅크, 르네사스 등도 거액을 들여 초대형 M&A를 성사시켰다.
D램 1위 삼성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세계 10위 수준이다. 떠오르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어떻게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