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이 수출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파장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가 31일 보도했다. 중국산 수출제품 가격이 오르면 중국 5대 수출시장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홍콩, 일본, 멕시코 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중국 광둥성 서쪽에 있는 티슈 수출업체 장먼럭티슈(Jiangmen Luck Tissue Mfy)는 중국 기업이 처한 고민을 잘 말해준다. 이 회사는 임금 인상과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을 이미 절반 정도 해고했고 내수 가격을 낮췄다. 살아남기 위해 자동화 설비도 도입했다. 남은 건 면도날 같은 박한 이익(마진)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0년 이후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수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로저 자오(Roger Zhao) 이 회사 부총괄은 “더 이상 제품가격을 내릴 여력이 없다. 비용도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내려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제품가격을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둥성 욕실 액세서리 메이커 동관시티 신천 기프트(Dongguan City XinChen Ggift)도 비슷한 처지다. 일본과 유럽, 미국시장 수요 둔화로 2012년 이후 판매가 30%나 줄었다. 반면 임금은 지난 10년간 4배나 올랐다.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여 100명 정도만 고용하고 있다. 여기에 합성수지와 대리석 등 주요 원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샌디 장(Sandy Chang) 사장은 “제품가격을 더 인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효율성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며 더 많이 파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진 회복은 지난주 광저우 칸톤 박람회(Canton Fair)에 참가한 중국 수출업체들의 공통 목표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 박람회에는 중국 업체 2만5000곳과 외국인 바이어 18만명이 3400개 상담장에서 수출 상담을 벌였다.

세계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면 세계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우려했다. 이미 지난 9월 중국 생산자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상승, 5년 만에 처음으로 뛰었다.
중국 수출품 가격이 상승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미국, 홍콩, 일본, 한국, 멕시코 등 중국 5대 수출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불룸버그는 예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국으로 연간 수입액이 4820억달러에 달한다. 이어 홍콩이 2560억달러, 일본이 1600억 달러, 우리나라가 900억달러다. 이들 5개국 외에 중국산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인 호주도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