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애플워치에 이어 아이폰, 맥북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함에 따라 IT기기 디스플레이시장에서 OLED 세대 교체가 급진전될 전망이다. 스마트워치에 이어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채택 범위가 넓어지고 자동차, 조명 등 새로운 응용분야(애플리케이션)에서 OLED를 사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중소 IT기기, LCD서 OLED로 전환 가속도
애플이 아이폰에 OLED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세계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OLED 채택 속도가 빨라졌다. 비보, 오포,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앞다퉈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OLED를 탑재해 하드웨어 차별화를 꾀했다.
하드웨어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패널 제조사 명암도 엇갈렸다.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약 97% 이상을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올해 플렉시블 OLED와 리지드 OLED 양산 설비를 증설한 만큼 내년부터 생산량이 늘어나면 실적은 더 상승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맥북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면 실적 상승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비해 세계 노트북 시장 규모가 작지만 기존 LCD 시장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노트북 출하량이 1억5700만대로 지난해보다 4.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애플 맥북 시리즈는 1300만대로 세계 5위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사업 부문은 전체 실적 상승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 1조240억원을 달성했다. LCD사업을 제외한 OLED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약 4700억원, 2분기 6800억원에서 3분기 9300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업계는 내년 하반기에 OLED사업 부문만 1조원 영업이익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 패러다임 잡자” 투자 열기 고조
세계 디스플레이 패러다임이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패널 기업 투자도 OLED에 집중됐다. 중국 패널 제조사는 10세대 이상 초대형 LCD에 투자해 세계 최대 LCD 생산국으로 올라설 예정인 만큼 새롭게 열리는 OLED 시장에서도 빠르게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다. 왕둥성 BOE 회장은 10.5세대 LCD 투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새로운 LCD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은 중소형과 대형 OLED 양산 경험에서 각각 강점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보다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하다. 하지만 거대한 내수시장, 장비·소재·부품 등 글로벌 유관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으로 빠르게 격차를 줄여 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당분간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독주는 불가피하다. 아직 최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이노룩스, AUO, BOE 등 주요 패널 제조사가 삼성디스플레이와 맞경쟁할 만한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와치, LG전자 지플렉스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한 경험이 있지만 경쟁사만큼 대량 양산해본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높은 기술 수준, 안정적인 수율 등을 실현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삼성디스플레이 독주가 불가피함을 인정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플래그십 시장은 리지드 OLED와 플렉시블 OLED, LTPS LCD가 혼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리지드 OLED가 중급형 시장에서 LCD를 대체하고 플래그십 시장은 플렉시블 OLED가 차지하는 구도로 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