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고는 약 4만3000건으로, 300여명이 사망하고 약 3000억원의 재산 피해를 보고 있다. 하루 평균 화재사고 120건, 사망 0.7명, 재산 피해 11억원이다. 더욱 심각한 일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아파트 같은 주거, 노인과 유아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이 전체 화재 피해의 60%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화재 양상은 각종 제도 마련과 대책이 꾸준히 마련되고 있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반면에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화재 사고는 우리나라보다 8배 이상 많지만 화재피해 규모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인다. 화재 시 임시방편의 대응에 치우치고 있는 우리와 달리 화재 예방-화재 대응-화재 복구 등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에 꾸준히 투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전문가가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화재 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피해를 줄이는지 연구해 왔다. 화재 안전을 위한 노력으로는 △건축물 화재 위험에 맞는 맞춤형 화재안전 기술 개발 △복잡해지는 화재 위험에 법과 기술의 융·복합 전략 수립 △실사용자 중심 기술로의 전환 노력 △현장 적용 시 문제점 해결을 위한 평가제도 개발 △현장품질관리 제도를 통한 인정 제품과 현장 제품 동일 성능 유지 △노후 건축물 밀집 지역과 공사장 화재 안전성 확보 등이 있다.
특히 과학 기술은 더 효과 높게 화재로부터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몇 가지 시급한 기술 개발을 제안해 본다.
첫 번째 법과 기술의 융·복합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화재로부터의 안전을 지향하는 건축과 소방의 융합은 `건축물`의 차원을 넘어 `문명` 관점에서 미래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두 번째 피난 교육 등을 포함한 화재 예방 적극 노력이 필요하다. 건축물 실사용자(설계자, 건축주, 거주자, 소방 관련 실무자 등)가 화재 방지 및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피난 교육, 화재 예방, 소방 교육 등 실효성 높은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하다.
세 번째 건축물 맞춤형 화재 안전 기준 개발이 필요하다. 화재는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모든 건축물에 화재 안전 기준을 획일 적용하고 있어 화재 위험에 대응하기 어렵다. 선진국과 같이 건축물 용도에 따른 화재 위험도에 맞게 건축물 맞춤형 화재 안전 기준 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존 건축물의 화재 위험도 평가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2000년 이전에 준공된 건축물 가운데에는 화재 위험도 개념을 적용하지 않은 건축물이 많아서 화재 발생 시 커다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 기존 건축물에 화재 위험을 저감할 수 있도록 화재 위험도 평가 방법과 적용 기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국민을 화재에서 보호하기 위해선 화재 발생 시 연기를 90% 수준까지 제어하고, 3시간 동안 건축물이 붕괴되지 않는 구조 실현, 5분의 골든타임 이내에 피난을 완료하거나 골든타임을 10분 이상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 섭씨 1000도에도 타지 않는 불연플라스틱 재료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을 여러 분야와 융·복합해 기술 개발을 하면 실현 가능할 것이다.
화재는 인류 역사와 함께하고 있으며, 인간이 불과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난이다. 그러나 이런 화재를 예방하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 이것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더 나아가 국민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화재안전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첨단 과학 기술 기반의 화재 대응 기술을 개발하는 등 화재 피해가 없는 세상 만들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흥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hykim@k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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