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중국 콘텐츠 시장 동향에 대한 한국 업체의 문의를 많이 받는다. 얼마 전 한·중 관계 악화 이후 중국 현지에서 한국 작품의 수급 움직임이 어떤지 묻는 게 대부분이다. 앞으로의 시장 파급 효과와 전망도 많이 받는 질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유쿠투더우, 아이치이, 차이나모바일, 가이아 등 다양한 콘텐츠 기업 임원들과 만나면서 중국 현지 업체가 한국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중국에서는 대표 한국 콘텐츠인 게임에 흥미가 줄어드는 추세다.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 진출도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한국 콘텐츠 기업도 이런 문제를 표면으로는 알지만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정치성보다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일 뿐이라고 본다. 중국 기업이 올해 여름을 전후로 한국 콘텐츠의 근원을 찾아 사업을 확장하고 지식재산권(IP)을 적극 재해석한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에서 개최된 글로벌 웹툰쇼에 함께 참석한 유쿠투더우 부사장 출신의 타이탄 미디어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이후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격변기를 맞았다. IP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모든 규칙을 변화시킨다고 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IP 인큐베이팅에 집중한다.
이를 `IP 생산 체인`이라고 한다. 하나의 IP를 이용해 확대, 재생산하는 단계와 순서를 정립한다. 예를 들면 하나의 웹무비·영화를 제작해 퍼블리싱할 때 IP 선택, 스토리 제작, 만화 제작, 2D·3D 애니메이션, 웹무비·웹드라마·TV드라마·영화 제작, 파생상품 배포, 진화 과정까지 함께 고려한다. 모든 과정의 근간이 IP 가치라고 판단한다.
최근 중국 업체가 한국 콘텐츠를 보는 시선이 냉정하고 정확해졌다. 이전에는 하나의 게임, 드라마 등 콘텐츠 전체를 고가에 구매했다. 이제는 스토리, 디자인, 캐릭터 등 여러 콘텐츠의 IP를 하나하나 선택한다. 협의를 반복해서 특정 IP만 선정하고 제안해 오는 경우가 증가했다.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 수요가 높지만 성공한 드라마 작가를 찾아 협상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해외 진출 기대감이 높아진 웹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차이나모바일은 최근 1, 2년 사이 한국 웹툰 콘텐츠 확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웹툰 확보와 운영을 위한 전문 파트너사를 지정, 별도의 채널 관리와 에이전시 검수까지 위임한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지난해 만화 매출만 약 3500억원을 벌어들인 중국 최대 유료 웹툰 플랫폼 `미구둥만`을 보유했다. 공기업 성격상 조심스럽게 진행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와 IP 확장 방안을 시간을 충분히 두고 검토하고 있다.
텐센트, 유요치, 콰이칸 등 기존의 웹툰 서비스 업체뿐만 아니라 새롭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치이 등 인터넷 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은 올해 여름 상황과 큰 상관없이 한국 웹툰을 꾸준하게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차이나모바일 움직임과 아이치이의 유료 서비스 성공을 보면서 유료 서비스 모델을 강화하는 한편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단순한 에이전시 업체로부터 작품을 몇 십개의 패키지 형태로 받는 것은 거절한다. 이제는 필요한 장르와 세분화된 타깃층에 맞는 웹툰을 요구한다.
아이치이와 요쿠투더우처럼 자사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한 업체는 단순 웹툰 서비스뿐만 아니라 IP 체인을 고려, 하나의 웹툰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구분시켜서 협상을 진행한다. IP를 획득하는 순간 IP 체인 다음과 이후 순서까지 계산하고 예상 수익까지 고려한다.
요즘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을 많이 느낀다. 올해 여름을 기점으로 불거진 중국 콘텐츠 시장 진출의 어려움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중국 시장을 파악해야 극복할 수 있다. 기존과 다른 분위기를 인지하고 다른 접근 전략을 세워 기회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진우 이스트타이거코리아 대표 jwlee@goet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