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카이①] ‘팝페라 황태자’의 특별한 가을

사진=EA&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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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팝페라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카이(KAI)에게 이번 가을은 특별했다.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 출연해 대중과 한층 가까워졌고, 케이팝(K-POP) 프로듀서 쿠시(KUSH)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2년 만에 신곡 ‘모두 사랑인 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11월 19일부터 시연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잠시 템포를 늦춰 쉬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어느 때보다 바쁜 가을을 보내는 중이다.

“요즘 뮤지컬 준비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제가 일이 없으면 욕창이 생기는 스타일이라 항상 머릿속으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 생각들을 정리해서 실행하는 스타일이죠. 뜬금없이 회사 관계자들에게 먼저 전화해서 이런 건 어떤지 일을 제의하거나 물어보는 편이에요.”

카이가 2년 만에 발표한 신곡 ‘모두 사랑인걸’은 그룹 빅뱅, 투애니원(2NE1), 가수 자이언티 등의 히트곡들을 작곡한 쿠시와 협업해 탄생한 곡이다.

클래시컬한 성악 스타일의 창법을 구사하는 카이와 리듬감 있고 트렌디한 스타일의 곡을 주로 작업해 온 쿠시. 전혀 매치되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어떤 인연으로 같이 곡 작업을 하게 된 걸까.

“제가 2~3년 전쯤 서인영 씨의 ‘헤어지자’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는데 발라드인데도 노래가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누구 노래인지 찾아봤는데 쿠시가 만든 곡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저 역시도 쿠시를 생각했을 때 빅뱅의 히트곡들을 떠올렸거든요. 원래 쿠시의 존재는 알았지만 친분이 없었는데 주위를 수소문해서 쿠시와 알게 됐어요. 쿠시와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까 정말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고, 멋있게 느껴져서 같이 작업하기로 했었죠.”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그가 팝페라에 도전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쿠시와 함께 신곡을 발표한 이유는 항상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오페라 가수나 정통 성악가의 길에서 팝페라 가수가 되고 싶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어요. 보통 성악가들은 몇 백 년 된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노래를 부를 뿐,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는 않으니까요. 사람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팝페라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됐죠. 새로운 창작곡을 낸다는 게 대중가수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뮤지컬 배우나 성악가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결과와 상관없이 신곡을 꼭 대중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ON+인터뷰┃카이①] ‘팝페라 황태자’의 특별한 가을

카이의 ‘복면가왕’ 출연은 대중과 동떨어져있을 것만 같았던 기존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가왕결정전까지 진출했던 그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레전드 무대로 꼽히는 1라운드 듀엣곡 대결에 대한 비화도 공개했다.

“많은 분들이 1라운드 대결 곡으로 뮤지컬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를 불렀기 때문에 ‘카이 밀어주기 아니냐’라는 의혹을 가졌을 거예요. 저 역시 제작진에게 불공평한 게임이 아니겠냐고 얘기했더니 김준선 선배님(1라운드 대결 상대)이 그 노래를 꼭 부르고 싶다고 요청했더라고요. 숨겨진 이야기지만 원래 ‘대성당들의 시대’는 김준선 선배님께서 2라운드곡으로 준비했던 노래고, 원래는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려고 했었다고 합니다. 제게는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고, 감사한 상황들이었죠.”

그는 최근 판정단의 신분으로 ‘복면가왕’에 다시 출연해 마치 한 편의 시(詩) 같은 감상평과 예리한 추리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녹화만 12시간 했지만 정말 재밌었던 경험이었어요. 배우든 코미디언이든 가수든 누군가의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을 본다는 건 제게 있어서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이었죠. 이게 음악 예능이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일단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걸 굉장히 뜻 깊게 생각하고, 많은 것들을 배우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나중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즐겁게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ON+인터뷰┃카이①] ‘팝페라 황태자’의 특별한 가을

카이의 꿈은 줄곧 성악가였지만 그보다 더 어렸을 적 장래희망은 국회의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워낙 강했던 게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였다.

“초등학생 때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적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의 집안 형편이 굉장히 어려워지면서 이사까지 갔더라고요. 그때 당시는 정치가 뭔지도 몰랐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면 저렇게 힘들어지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순수한 마음에 제가 국회의원이 돼서 떨어진 국회의원을 도와주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이런 마인드가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몰라도 항상 어렸을 때부터 제가 유명인이 된다면 힘없는 사람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미력이나마 박사 과정을 계속 공부 중이고, 저와 같은 길을 걸을 후배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낙선한 국회위원 후보를 위해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던 카이의 어린 시절 꿈처럼 앞으로의 꿈 또한 타인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가장 큰 행복은 시선을 타인에게 옮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초점이 본인 스스로에게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제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갈 때가 온 것 같아요. 앞으로 ‘스튜디오 카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러 예술들을 거리낌 없이 논하고, 후배에게도 많은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장이 펼치게 하고 싶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