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 | 가요] 아이돌의 ‘건강상의 이유’에 숨겨진 의미

방용국 /사진=엔터온뉴스 DB
방용국 /사진=엔터온뉴스 DB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최근 위너 남태현이 정신적인 건강문제를 호소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B.A.P 방용국은 공황장애 판정을 받아 신곡 컴백 활동에 불참한다. 앞서 크레용팝 멤버 소율 역시 공황장애로 활동을 중단했다.



여자친구 엄지는 좌측 대퇴부 봉공근 염좌로, 펜타곤 신원은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당분간 휴식을 취한다고 밝혔다. SF9 태양은 리허설을 하던 도중 오른쪽 무릎 인대에 부상을 입었다. 엑소 레이는 수면부족으로 인해 공항에서 실신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들의 싸늘한 시선은 소속사를 향했다. 아이돌 멤버들의 건강 문제가 대부분 무리한 스케줄이 이유라 여기고, 온라인에서 소속사를 비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소속사의 무리한 활동 강행 때문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 아픈 아이돌 멤버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일부 사례를 가지고 아픈 아이돌이 소속된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매도할 수 없다. 내부 사정은 모두 다 다르다. 전후 사정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팀의 활동이 무리하게 진행될 때, 소속사 내부에서 그 사실을 가장 잘 안다. 소속사들은 활동 전후로 멤버들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스케줄을 이행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남태현 /사진=엔터온뉴스 DB
남태현 /사진=엔터온뉴스 DB

가요관계자 A씨는 “요즘에는 정기 건강검진 등 케어를 해주는 회사도 많다. 또 매니지먼트의 역할에는 아티스트의 정신적 케어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옆에서 가까이 살펴준다”며 아티스트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회사들이 많음을 알렸다.

실제로 멤버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소속사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때문에 꼼꼼하게 멤버들의 건강을 확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우는 아이돌이 생겨나는 정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말 그대로 정말 아플 수도 있는 거고 자신도 몰랐던 병이 발병할 수도 있으며, 원래 지니고 있던 질환이 재발할 수도 있다. 갑자기 사고가 생기거나 부상을 입은 경우엔 당연히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회사가 무리한 스케줄을 알면서도 강행해 멤버의 한계에 다다른 경우도 있다. 혹은 실제로 아프지 않아도 멤버가 아이돌 생활에 지쳐 힘들어하는 경우 휴식을 주기 위해서 ‘건강상의 이유’라 말하기도 한다. 일부 소속사는 대중에게 밝힐 수 없는 예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건강 문제를 내세우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거의 모든 이유의 공통점이, 아이돌이 폭풍이 몰아치는 치열한 가요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아이돌은 경쟁으로 인한 압박감과 대중의 시선에서 느끼는 부담, 많은 일정으로 인한 피로누적 등을 겪으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혹은 상황적으로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픈 아이돌을 두고 ‘무조건’ 회사 탓이라고 돌리기보다, 건강 문제에서 더 나아가 ‘건강상의 이유’라는 말에 내포된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야 한다.

SF9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SF9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A씨는 “사실 아이돌들이 골병이 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음악방송 스케줄만 하더라도 새벽부터 밤까지, 거의 24시간을 일주일동안 시간을 빼야 한다”면서도 “요즘에는 아픈 아이돌들이 더 수면 위로 떠올라서 많아 보이는 것 같다. 건강한 아이돌도 많고 모두가 아프다고 할 수는 없다”고 속단할 수 없음을 꼬집었다.

또 이전과 달리 아픈 멤버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요즘 연예계 추세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매니지먼트사(회사) 중심으로 돌아갔다면, 요즘에는 거의 아티스트 중심이다. 멤버들의 컨디션, 생각, 정신건강에 신경을 쓴다”며 오히려 회사가 아티스트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건강문제도 재빨리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돌들이 보통 멘탈이 아니지 않냐. 방송 한 번 빠지면 어떤 타격이 올지 알아서, 회사에서 쉬라고 해도 자신이 강행하는 애들도 있다”고 또 다른 케이스도 밝혔다.

실제로 이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가요관계자 B씨는 “소속 아티스트 중 한 명이 실신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회사에서는 아프다고 하면 바로 병원에 데려가는데, 본인이 일 욕심도 많고 잘 하려다보니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신인 아이돌의 경우 매니저가 함께 살고 회사에 매일 나오니 오히려 더 빨리 상태를 알아챌 수 있는데, 연차가 어느정도 되는 경우 자기관리로 케어하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