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게임(Serious Games)은 게임의 목표 본질인 재미 추구 이외에 별도의 목적이 추가된 게임을 말한다. 이를테면 영어 교육 게임은 게임을 즐기면서 영어 학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시리어스(serious)`가 `진지함`이라는 뜻이어서 얼핏 보면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진지한 요소 덕분에 특정한 분야에서 실질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능성 게임이다.
기능성 게임 분야는 교육, 의료, 공공, 광고, 국방 등 매우 다양하다. 이 가운데에서도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교육과 의료용이다. 영어 문장을 익히거나 의료 기술을 배우는 등 실질 효과의 객관성을 검증하기 쉬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용자 인식 전환이 목적인 공공 분야 캠페인이나 광고 쪽은 개인의 생각 변화를 측정하기 쉽지 않아 효과 검증이 어려운 면이 있다.
최근 다양한 기능성 게임이 등장, 게임의 순기능 요소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해 EBS에서 출시한 `매쓰팜(Math Farm)`은 초등학생용 수학 연산 모바일 게임이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용 게임이 모두 출시, 초등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등학생의 약 20%가 수학 과목을 포기한다고 한다. 이런 학생들은 사칙연산 과정을 지루해 하거나 어려워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도 이들이 사칙연산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효과 높은 방법이 교육 현장에서는 매우 필요하다. 매쓰팜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개발됐다. 게임 속 가상 농장을 경영하면서 작물을 심고 수확하고, 농작물을 상점에서 팔면서 자연스럽게 사칙연산을 익히게 된다.
이 게임을 초등학생 방과후 학교에서 시험 활용한 결과 사칙연산을 포기한 학생들까지 진지하게 게임에 참여, 학습을 진행했다.
또 고등학생 프로그래밍 교육용 기능성 게임도 주목 받고 있다. 중학생은 2017년부터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되고, 고등학생은 2018년부터 일반 선택 과목으로 SW 교육을 배우게 된다. 아직 현장에서 활용할 교육 프로그램 준비는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적용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논리, 알고리즘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코딩 교육 게임도 있다. `라이트봇(Lightbot)` 게임을 하는 학생이 절차, 루프, 조건문 등과 같은 프로그래밍의 기본 제어 흐름 개념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해외에서 개발된 이 게임은 명령하는 방식으로 로봇을 인도해 타일에 불을 켜며 각 레벨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프로그래밍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의료 현장에서도 게임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 네오펙트는 교통사고, 질환 등으로 손가락 관절이나 근육 등이 손상된 환자를 위해 재활 과정을 돕는 스마트 글러브 라파엘을 출시했다. 환자는 스마트 글러브를 손에 낀 채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즐기며 재활 동작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운동 부하를 준다. 이를 통해 단순 반복되는 재활 치료 동작을 다소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게 된다. 또 50여 개 다양한 게임을 통해 동작을 세분화, 재활 환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재미있는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능성 게임이 교육이나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되고 있다. 이런 기능성 게임의 존재는 게임을 그저 오락 도구의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 게임의 순기능은 사람들을 돕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의 하나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의 무한한 상상력만큼 게임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제 게임을 사회에 꼭 필요한 매체이며 도구라는 것을 인정, 이런 요소를 더욱 발전시키는 시각과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lises@s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