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가수 윤상을 조금 아는 사람은 그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노래만 하는 사람이라고 떠올릴 것이고, 어느 정도 그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신스팝을 바탕으로 일렉트로니카, 월드뮤직, 발라드 등 장르를 넘나드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렸을 때 밴드 활동을 해오던 윤상은 김완선의 백밴드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1990년에는 신스팝과 마이너적인 진행을 같이 선보인 정규 1집 앨범 ‘윤상’을 발매했고, 90만 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그는 데뷔 전부터 작사 작곡을 해왔고, 지금까지 건반 및 베이스세션, 아이돌,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 각종 포지션을 거쳐왔다. 현재는 원피스라는 프로듀싱 팀을 이끌고 있다. 가수라기보다 전체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윤상은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독특한 음악을 내보일 뿐만 아니라, 러블리즈의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고 보아, 가인, 천상지희, 동방신기, 아이유 등 아이돌 가수의 곡들도 선사하며 폭 넓은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윤상은 음악에 있어 까다로운 완벽주의자로 알려져있는데, 앨범 역시 꼼꼼히 공을 들여 오랜 시간을 거쳐 낸다. 앨범 한 장에 1년 여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윤상은 현재까지도 새로운 음악을 흡수하고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26년째 역사를 쓰고 있다.
◇ 1집 - 윤상
1990년 발매된 윤상의 정규 1집 앨범 ‘윤상’은 앨범 제목 그대로 당시 윤상의 감수성과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준 앨범이다. 타이틀곡 ‘이별의 그늘’은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명곡으로 꼽히고 있다. 이 곡은 2008년 이승기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수록곡 ‘한 걸음 더’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리메이크와 가수들의 커버 무대를 거쳐 온 곡이다. 스윗소로우, 더준, 데이브레이크 등이 리메이크해 색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한 걸음 더’는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윤상이 지닌 의외의 밝은 매력이 있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 2집 - Part Ⅰ
윤상의 정규 2집 앨범은 1년의 시차를 두고 두 번에 나눠 발매됐고, 1992에는 파트1이 공개됐다. 정규 2집 앨범 파트 1은 윤상의 마니악한 스타일보다 대중적인 곡들 위주로 수록되어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100만 장 이상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타이틀곡 ‘가려진 시간 사이로’는 ‘윤상 스타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이 됐다. 이 곡에 대해 윤상은 “요즘 대중가요 가운데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는 많지만 어린 시절의 사랑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사랑이 뭔지 잘 모르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윤상이 생각하는 어린 시절의 사랑은 풋풋하고 상큼하지는 않았다. 포근하면서 아련한 그리움의 정서가 묻어나는 분위기다. 이런 느낌은 윤상만의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됐고, ‘가려진 시간 사이로’는 그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가 됐다.
◇ 2집 - Part Ⅱ
1993년에는 정규 2집 앨범의 파트2가 발매됐다. 파트1이 대중적인 곡들, 윤상이 보여줬던 색깔을 담았다면, 파트2에는 윤상이 하고 싶은 음악들, 실험적인 성격을 담아냈다. 전위적인 구성으로 비평가들과 마니아층에게는 찬사를 받았지만, 이전 앨범보다 대폭 하락한 약 3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 앨범은 윤상이 상업적이 노선과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 시점이기도 하다. 정규 2집 파트1까지만 해도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얻은 신승훈과 같이 대중적인 가수였지만, 이 앨범으로 퓨전 재즈, 뉴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대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타이틀곡 ‘이별 없던 세상’은 그나마 많은 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달콤하면서 듣기 좋은 곡이지만, 그 외 수록곡에는 연주곡도 많아 윤상의 새로운 노선을 드러냈다.
◇ 비정규앨범 - Renacimiento
정규 3집 앨범이 발매되기 전 1996년 발표된 ‘르네상스(Renacimiento)’는 윤상이 군 제대 후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한 첫 앨범이다.
윤상은 이 앨범에 군 복무 이전에 선보였던 자신들의 곡을 재편곡해 실었고,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출신의 객원보컬을 섭외해 그 나라의 언어로 개사하여 부른 버전을 수록했다.
또한 두 트랙을 제외하고는 전부 연주곡들로 꾸며져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만큼 윤상의 여전한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 EP - Insensible
1999년 발매된 ‘인센서블(Insensible)’은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자 하는 도전이 드러난다. 월드 음악적인 성향과 신스팝 형태의 곡을 선보인 것이다. 이승환의 드림팩토리에서 처음으로 발매한 윤상의 앨범이기도 하며, 당시에는 흔치 않은 미니앨범의 형태로 발매됐다.
또 ‘인센서블’은 군 제대 후 윤상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질 즈음 발매된 앨범이다. 그렇지만 윤상 앨범의 퀄리티는 한결같았고 신선함까지 더해졌다. 깔끔하면서도 섬세하고 촘촘한 윤상의 음악 스타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곡의 벌스와 사비의 균형 잡힌 멜로디를 인정받았다.
◇ 3집 - Cliche
그 이후부터는 윤상의 명반이라고 불리는 앨범들이 탄생했다. 2000년 발매된 정규 3집 앨범 ‘클리셰(Cliche)'가 그 중 하나인데, 윤상이 월드뮤직을 수용하며 흡수했던 유럽의 향기를 구체화한 앨범이다.
’클리셰‘에는 2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디스크에는 1, 2집보다 발전된 전자 음악이 담겨 있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지난 앨범 ’르네상스‘와 고(故) 신해철과 함께한 노땐스의 ’골든힛트‘, 싱글 ’인센서블‘에서 베스트를 추려 리마스터링해 수록했다.
◇ 4집 - 이사
‘이사’ 또한 꼽히는 명반 중 하나다. 다만 정규 3집 앨범에서는 전자음악을 주로 다뤘다면, 정규 4집 앨범에서는 어쿠스틱 성향의 월드뮤직을 담아냈다. 특히 라틴 음악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루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좀 더 산뜻한 악기 소리를 내는데 집중했다.
‘이사’는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도 대중적으로 꽤 히트했던 앨범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되고 오랜만에 대중에게 지지를 받은 앨범인 만큼, 한층 대중적인 곡들이 수록됐다.
◇ 5집 - There is a man
2003년 발매된 정규 5집 앨범 ‘데어 이즈 어 맨(There is a man)'은 지금까지도 잘 알려진 ’너희들 것이니까‘가 수록된 앨범이다.
윤상의 음악적인 도전과 발전은 끊이지 않았다. 정규 4집 앨범에서 어쿠스틱한 도전을 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다시 윤상만의 전자음악으로 돌아왔다. 다만 여기에 옅게 깔린 우울함과 도시적인 세련미, 그루브 넘치는 흑인음악 요소를 담아 또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 6집 - 그땐 몰랐던 일들
정규 5집 앨범을 발매하고 5년간 유학길에 오른 윤상은 2009년 귀국해 정규 6집 앨범 ‘그땐 몰랐던 일들’을 발매했다.
전자음악을 주로 하고 있는 윤상의 특징은 대놓고 신스팝 장르를 표현하지 않고, 곳곳에 요소들을 치밀하게 배치해 인공적인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이 앨범도 그러한데, 윤상만의 우울함과 어두움, 슬픔과 더불어 따뜻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어우러졌다.
◇ 싱글 - 날 위로하려거든
그로부터 또 다시 5년 후, 윤상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윤상은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들고 대중을 찾으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윤상은 ‘널 위로하거든’ 작사를 제외한 작곡, 악기 프로그래밍, 믹싱, 마스터링 모두를 혼자 완성했는데, 프로듀싱 팀 원피스 멤버 스페이스카우보이가 편곡한 버전의 트랙도 앨범에 함께 실려있다.
◇ EP - The Duets
같은 해, 윤상은 ‘더 듀엣츠’를 발매하고 일레트로니카를 향한 실험 정신을 이어나갔다. 이 앨범은 파트 1으로 발매됐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자주 앨범을 내지 않는 윤상의 특징상 앨범 발매 1년 후가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파트2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 앨범에는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기대를 심어줬다.
또 매 트랙마다 파트너와 듀엣으로 호흡을 맞춘 것이 특징인데, ‘왈츠’에서는 원피스 멤버 다빈크와, ‘그 겨울로부터’에서는 가수 팀과, ‘RE : 나에게’에서는 인피니트 성규와 노래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