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KBS N 아나운서였던 박지영은 MBC스포츠플러스(이하 엠스플)로 이적한 후 팬들로부터 여러 가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제가 2년 동안 여자농구 전문 프로그램 ‘바스켓 W’ 안방마님을 맡았었고, 선수들 숙소 탐방도 하면서 여자농구에 대한 애착이 정말 많았어요. 마지막 방송할 때도 정말 많이 울었죠. 그런 제가 엠스플에서 야구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니까 일부 팬들에게는 제가 농구를 버리고 떠난 사람처럼 보였나봐요. 그런 생각이 드셨다면 죄송하지만 저는 항상 봄이 되면 야구를 했고, 가을이 되면 농구를 했던 사람이에요. 농구를 떠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박지영이 엠스플 입사 후 처음 담당한 방송은 ‘베이스볼 나우’였다. ‘베이스볼 투나잇’이 그날 열린 프로야구 경기들을 분석하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라면 ‘베이스볼 나우’는 경기 시작 전 게임 양상을 전망하는 프리뷰 프로그램이다.
“엠스플에서는 제게 ‘야구를 여는 여자’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셨는데 ‘시작’이라는 키워드가 저와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전 회사에 있을 때는 여러 종목의 방송을 병행해서 한 종목에 온전히 집중할 시간이 없었는데 엠스플로 온 이후에는 야구나 농구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베이스볼 나우’ 역시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오프닝을 하자마자 방송을 끝낸 적도 있었다.
“작년에 한 번 오프닝 멘트를 하려는 찰나에 저희가 분석할 경기가 우천순연 됐어요. ‘안녕하세요’라고 입을 떼는 순간 게임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그래서 인사만 하고 바로 방송을 마쳤던 게 기억에 남아요. 보통은 프로그램 시작 전에 경기 진행 여부가 결정되는 데 그 날은 타이밍이 절묘했던 것 같아요.”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박지영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어냈다. 사직구장에서 리포팅 녹화 도중 향수 냄새를 맡고 날아든 말벌 때문에 기겁을 하면서 도망치는 장면이 전파를 탔으며, 결막염에 걸려 김선신 아나운서처럼 안경을 쓰고 방송할 뻔도 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야구팬들은 박지영의 레전드 사건으로 일명 ‘생수머신’ 에피소드를 단연 으뜸으로 꼽고 있다.
‘생수머신’ 사건은 박지영이 지난해 열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최종 결선에 오른 롯데 자이언츠 황재균과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를 함께 인터뷰 하던 도중 테임즈가 황재균에게 ‘섹스머신(SEX-MACHINE)’이라고 또렷하게 말한 게 그대로 전파를 탔던 사건이다.
이 단어는 미국에서는 섹시하고 매력적인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지만 당시 테임즈의 통역은 이를 그대로 말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어의 등장에 황재균과 박지영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테임즈 선수 입에서 그 말이 나왔을 때 순간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때 중계진과 황재균 선수는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는데 통역하는 분이 쐐기를 박으셨죠.(웃음) 더그아웃 앞에서 인터뷰를 구경하고 있던 선수들도 그 얘기를 듣고 모두 깔깔 웃더라고요. 이 상황을 제가 수습해야 하는데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그 계기로 테임즈, 황재균 선수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졌고, 두 사람도 많이 친해졌더라고요.”
1987년생인 박지영은 올해 서른 살이다. 아직 한창인 나이지만 점점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순식간에 훅 지나가는 세월을 실감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나이를 먹는 게 너무 싫었어요. 아홉수를 벗어나는 건 좋지만 30대 여성이 되는 것에 대해 주위에서 너무 많은 압박을 주시더라고요. 현장에 나가면 저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지니까 베테랑 선수들을 만나면 더욱 반갑고, 나이에 대한 생각이 많았었는데 막상 서른 살이 되니까 제가 먼저 나이 갖다가 농담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안 받았어요. 야구가 끝나고 농구 시즌이 되니까 벌써 또 1년이 지났네요.(한숨+웃음)”
박지영이 생각하는 스포츠와 농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생동감이죠. 뻔한 이야기지만 앞을 내다볼 수 없고, 극적인 역전이 이뤄질 수도 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잖아요. 그런 매력 때문에 스포츠를 항상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농구 같은 경우는 정말로 한 눈 팔면 안 되는 종목이에요. 24초 안에 모든 플레이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중요하죠. 초 단위로 하는 운동이 얼마나 스릴 넘치는 지 농구를 보면 쉽게 느낄 수 있어요.”
스포츠와 오랜 시간 동안 같이 걷는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박지영은 끝으로 스포츠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프로야구는 끝났지만 프로농구가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심심할 틈 없으실 것 같아요. 저도 꾸준하게 사계절 가리지 않고 팬 여러분과 함께할 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 추운 겨울도 농구 코트의 열기로 뜨겁게 달궈드릴 테니 엠스플 중계 많이 시청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콘텐츠들도 많이 준비 중이고, ‘베이스볼 투나잇’처럼 농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생긴 만큼 기대해주셔도 좋아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