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간 통합 목표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직 원장 선임과 물리적 통합조차 논의 안 돼 졸속 통합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를 통합한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이 내년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9월 `경기도 출연기관의 통폐합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경기중기센터가 경기과기진흥원을 흡수 통합, 경기경제과학진흥원으로 출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통합 진흥원은 아직 물리적 통합조차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양 기관을 통합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라면서도 “현재 전산 통합과 직급·보수 체계 조정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 기관 통합을 위한 조직개편이나 업무조정은 아직 논의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직 체계 정비나 업무 조정은 통합 간판을 내걸고 상반기에나 조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통합 기관 수장을 누구로 앉힐 지도 아직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기존 기관 수장 가운데 한 명이 연임할 지 새 원장을 선출할 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양 조직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통합을 결정할 수장이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새 원장을 선출하려면 별도 원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를 거쳐야 한다. 반면 기존 대표 가운데 한 명을 선임할 경우 각 이사회 비준만 거치면 된다.
통합 작업이 더뎌지면서 양 기관 통합이 졸속이란 지적도 다시 일고 있다.
한 기관 관계자는 “양 기관이 통합작업을 펼치면서 업무 영역과 기능이 달라 서로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데 굳이 지금 통합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양 기관은 기업 지원과 과학기술진흥이란 점에서 이질적인 기능이 많다.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는 전시회 참가와 창업 지원 등 마케팅 지원에 주력해 왔다. 반면 과학기술진흥원은 2010년 바이오센터, 과학기술센터, 천연물신약연구소 등이 기관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후 바이오, 나노, 과학 및 IT R&D 지원과 판교테크노밸리 기업 지원 역할까지 맡았다.
양 기관 중 한 곳으로 통합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한 분야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내년도 경기도 예산안 가운데도 실질적으로 과기 예산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빅데이터 전문인력 양성과 첨단 연구기관 연구개발(R&D)사업 지원 등에 2535억원을 책정했지만 내년에는 신성장 기술산업에 828억원을 지원하는 것과 산학연 협력기술 개발 210억원, 산업기술교육센터 운영 139억원 등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올해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기도가 사실상 R&D에 손을 놓은 셈이다.
경제 기관 통폐합이 실패할 경우 자칫 미래 먹거리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지난 7월 인천경제기관 3곳이 합쳤지만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통폐합보다 각 기관이 제 기능을 살려 제 역할을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