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분노를 담고 있었다. 지난 5일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집회에 20만명(주최 측 추산)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해서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사실상 시인했지만 개인사로 넘겨버렸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문제나 `2선 후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국정에서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민심을 달래기엔 여전히 부족했다는 평가다.
거국내각, 책임총리, 대통령 하야 등 태풍 정국이 온 나라를 뒤덮은 상태다. 최순실 사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이로 인해 엄중한 우리 경제 상황은 아예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경제 현안 가운데 최고의 대외 변수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자신이 집권하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비해 10배 충격을 준다고 밝혔을 정도다. 대통령 선거로 미뤄진 미국의 금리인상도 12월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선 눈덩이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최대 현안이다. 2011년 800조원대였던 가계부채 규모는 현재 1300조원에 육박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지만 신뢰감이 떨어진다. 400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 처리나 기업 구조조정도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2일 경제팀 수장으로 임종룡 카드를 꺼냈다. 가계부채와 구조조정 문제 해결의 일관성 때문이다. 임종룡 내정자는 금융과 거시경제를 보는 시야가 넓고 정책 조정에 뛰어나다는 평가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구조조정 실무를 주도한 경험도 있다. 현재로선 경제팀 사령탑으로 임명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리 경제는 사방팔방 경보음이 울리고 있지만 정치 현안에 묻혀 발목이 잡힌 꼴이다. 경제팀은 위기 타개를 위해 밤낮없이 뛰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새 경제팀 출범이 늦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정치권은 `임종룡 경제팀` 조속한 출범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