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전자와 자동차 등 국내 수출 기업이 선거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두 후보 간 차이도 상당하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수출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힐러리와 트럼프는 선거 하루 전까지도 지지율 3~5%포인트(P)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힐러리 후보 당선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여기지만 오차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 대선 결과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과정에서 양 후보 모두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트럼프 후보가 기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브렉시트 10배 충격` 등 강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공약대로 실천한다면 수출 위주인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전망이다.
가장 영향이 큰 분야는 전자와 자동차 산업이다. 휴대폰과 가전은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이며, 자동차 역시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실제로 한·미 FTA 이후 우리나라는 승용차 무역흑자가 2011년 83억달러에서 2015년 163억달러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힐러리가 당선되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보호무역을 크게 강화할 전망이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관세장벽 등을 활용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생산 공장 이전 등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 대한 관세장벽을 강화하면 삼성전자, LG전자, 기아차 등이 타격을 받는다. 최근 관계가 악화된 중국에 대한 관세장벽 역시 국내 주요 제조업체 대부분이 영향을 받는다. 국내 업체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
문용권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계를 분석하며 “멕시코에 대한 관세장벽 구축 시 현대차를 제외한 주요 완성차 업체 전략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북미 외 지역에 대한 관세장벽 강화 시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업체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세계 추세에 따라 근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통상 전문가를 양성하고 무역 분쟁 대응 전략을 갖추는 등 기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기창 법무법인 화우 외국변호사는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대책은 우리가 분쟁을 선제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이 초기 대응하는 단계에서 적극 대응하며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당국 사정을 잘 알고 대응 전략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