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95개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이 4일 공식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2012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를 27% 감축할 계획이다. 비록 기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최소한의 설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제조업 기반의 산업 구조와 낮은 에너지 효율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녹색산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공존한다. 신기후체제 발효에 따른 기대는 조속히 현실화하고 예상되는 우려는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기후변화체제는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한다.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기가 불가능하다면 에너지 효율을 좀 더 높이는 방식과 더불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에너지원으로 옮겨 가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무엇보다 석탄, 석유 중심의 발전 비중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지원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 이러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는 단순히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경제 현안인 부양 능력의 한계라는 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열어 줄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이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세계 태양광시장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68GW로 전망된다. 세계 태양광산업 투자액도 전년 대비 7% 증가한 1674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저렴한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가스 발전 확대를 추진할 수 있음에도 신규 발전 설비의 80%가 태양광 및 풍력으로 건설되고 있다. 태양광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금 공제 제도도 연장한다. 이는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장기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 석탄 발전 과다에 따른 스모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양광발전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진국들의 대개발도상국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수요도 아시아, 중남미 등 개도국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20%에 불과한 개도국 비중이 2020년에는 30% 이상 늘어나 신재생에너지 수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에너지신산업이 세계 패권주의 경쟁의 핵심 축으로 등장함에 따라 발 빠른 기업들은 이 분야를 선점해 가고 있다.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에너지신산업에 가담,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구글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15억달러 투자를 결정했고, 테슬라는 솔라시티 인수를 추진했다. 이처럼 끝없이 확대될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은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파리기후협약 발효에 대비한 심도 있는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 논의와 합리화 방안 마련이 절실함에도 우리의 관심은 우리 미래와 전 지구 차원의 시장을 보지 못하고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등의 포퓰리즘 논쟁에 갇혀서 미래 지향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재생 발전 및 저장 전력을 소비하고 남는 전력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는 불가하다. 또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활성화돼 있는 소규모 전력 중개 시장도 국내에서는 불가하다. 제도상의 장벽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이 달려 나가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신규 사업자를 지속 육성 및 발굴, 전력 산업의 활력을 촉진시켜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 신사업특별법 제정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법을 개정, 사업 추진의 물꼬를 터 줘야 한다. 지난 6월 정부가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정부와 업계의 오랜 숙의 끝에 마련된 법안으로, 반드시 하반기 법안 심사에서 논의 및 처리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분산전원 활성화 등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현재의 갈등 해결도 중요하지만 다음 세대의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정책 입안자들에게 주어진 책무다. 신기후변화체제 발효에 따라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력 질주가 필요하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막차도 놓칠지 모른다.
홍준희 가천대 교수(에너지IT학과) hongpa@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