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걸그룹 연습생 기간만 12년을 거친 가수 설하윤이 아이돌이 아닌 트로트가수로 데뷔했다. 지난 9월 27일 데뷔곡 ‘신고할거야’를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설하윤은 가요계에 발을 디딘지 딱 한 달이 되던 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설하윤은 상큼발랄한 외모를 지니고 있어 톤업된 목소리로 시끌벅적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조용조용한 말투로 차분하게, 그리고 조리 있게 말을 이어갔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서 그런지, 신인에게서 보기 힘든 연륜과 생각들이 묻어났다.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해서 무대에 서는 게 내 일 같고, 다들 ‘도대체 왜 떨지 않느냐’고 하세요. PD님들도 카메라를 어쩜 이렇게 잘 찾냐고 하시고. 연습생 때는 연습실에만 있어서 답답했는데 이렇게 활동하니까 한이 풀려요. 첫 무대 하자마자 긴장이 풀리고 여유도 생겼고요. 지금은 제 무대 모니터만 100번 넘게 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그간 설하윤은 데뷔를 코앞에 두고 놓치는 일도 허다했다. 희망고문을 당하며 좌절하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데뷔 후 너무 좋아서 잠도 잘 안 오고 대기하는 시간마저 아깝단다. 마치 물 만난 고기 마냥 신나게 즐기며 활동하는 그였다. 드디어 기회를 잡은 만큼 설하윤은 그만큼 더 열정적이었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처음부터 트로트의 길을 걸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케이블방송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하 ‘너목보’)에 출연한 뒤, 박현빈의 ‘곤드레 만드레’를 히트시킨 이승한 작곡가와 만나고 난 뒤 마음을 돌리게 됐다.
“방송 당시 (이로써) 무대에 서봤으니 저를 보여드렸다는 걸로 끝낼 생각이었거든요. 요즘 아이돌은 나이도 어리니 앞으로 제게 더 기회가 있을까 싶었고요. 러브콜이 많이 들어왔지만 잠깐 할 바에는 시작을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러던 중 이승한 작곡가님과 이야기하며 트로트에 대해 많이 들었는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지만 매력이 있더라고요.”
설하윤은 언제 새로운 장르를 연습하고 언제 또 데뷔할지 고민이 됐지만, 단순히 즐겁게 노래를 할 수 있는 게 어떤 걸까 생각을 해봤다. 꼭 아이돌만이 아닌 ‘가수’의 꿈을 마음에 품었던 설하윤은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었고 그렇게 트로트의 길을 선택했다.
설하윤은 “‘신고할거야’를 듣고 몸에 전율이 느껴지고 가슴이 뛰어서 바로 엄마한테 ‘나 이거 할래’ 그랬다”며 갈림길로 들어선 운명의 순간을 떠올렸다. 힘든 일은 다 잊고 이제 좋은 모습만 보여주자는 다짐도 했다.
“지금 힘든 건 힘들다고 생각 안 하고, 고생이 사실 아닌 거예요. 오히려 좋아해요. 오랫동안 준비하는 게 더 힘들었거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실에서 하이힐 신고 10시간 넘게 연습하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 시간들은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데뷔하고 나서는 제 보이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거니까요.”
지난 과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혹은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아서 트로트를 택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 긴 시간 동안 노력할 만큼 했고 애쓸 만큼 애썼다. 단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로 무대를 채우고 싶었다. 그게 바로 설하윤이 요즘 활동하며 힘듦도 못 느낄 만큼 행복한 이유다.
“전혀 다른 장르에 매력을 느낀다는 건 참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영역은 트로트를 하면서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부터 발라드로 시작했고 아이돌 연습생을 거쳤기 때문에 여러 장르를 할 수 있는 게 저만의 무기 같아요.”
다만 지하철 타고 가면서 이어폰으로 트로트를 듣고 있는 모습이 여느 또래와는 전혀 달라 스스로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고. 확실히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는 가요시장에서 설하윤의 행보는 색다르고 의미 있다.
“장윤정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젊은 트로트가수의 길을 열어주신 분이라고 생각해서요. 전 트로트가수치고 음악방송 활동을 오래 했는데, 아이돌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은 한 적 없어요. 오히려 트로트 분야라고 해서 가볍고 우습게 여겨질까봐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더 완벽한 모습 보여드리려고 더 열심히 연습해요. 데뷔곡 ‘신고할거야’가 국민 트로트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