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53조원에 이르렀다. 80조원 규모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벤처투자 시장이다.
중국 벤처투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인터넷과 하이테크 기업 위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중국경제 발전 과정에서 세계 규모의 자본을 축적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하이테크 민간 기업과 창업자 및 초기 임직원들의 적극 참여로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중국에서는 성공한 기업가가 벤처투자펀드를 여러 개 조성하거나 수백, 수천억원대 규모의 엔젤투자자로 나서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벤처투자로 성장한 기업들은 중국 주식 시장은 물론 미국, 홍콩에도 상장된다. 또 수많은 인수합병(M&A)이 이뤄짐으로써 투자자 자금이 성공리에 회수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 벤처투자 시장은 글로벌 벤처캐피털(VC)과 중국 자본의 격전장이 됐다. 벤처펀드만 8000여개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2000여개 달러펀드가 포함됐다.
한국의 주요 VC도 200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 지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KTB는 지난해 제로투IPO(Zero2IPO)라는 VC/PE 평가기관에서 외국계 펀드 가운데 50위 이내에 랭크됐다. LB인베스트먼트는 제로투IPO와 차이나벤처스 양대 평가 기관으로부터 2013~2015년 3년 연속 외국계 펀드 50위 이내에 랭크됐다. LB는 지금까지 20개 가까운 중국 회사에 투자, 상장(IPO) 또는 M&A로 6개 기업의 투자를 회수했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벤처 경쟁 시대에 VC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벤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직결된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VC는 중국에서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기회를 만들어서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글로벌 VC와 경쟁, 투자한 중국 회사에 투자 이외의 가치 제공과 함께 한국과 전략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할 때다.
예를 들어 볼로미라는 회사는 중국 소비자를 위한 모바일 생방송 해외 직접구매(직구)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LB는 바이두 등 중국의 유수 기업 및 VC들과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 볼로미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며 한국지사장을 추천했다. 지금 이 회사는 월 10억원 이상 한국 제품을 구매하며, 3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가 성장하면 한국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워추라는 회사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200여개 가정식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 씻고 다듬고 포장해서 레시피와 함께 배달한다.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의 VC를 리드해 투자하는 한편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 주요 사항을 함께 결정한다. 한국에 지사 설립 및 지사장 추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음식을 소개함은 물론 한국의 식재료를 수출하고 음식 관련 방송 등 콘텐츠도 함께 홍보할 예정이다.
거꾸로 한국의 회사에 투자, 중국에서 시너지를 내는 사례도 있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그룹 등을 보유한 엔터테인먼트회사다. LB인베스트먼트가 중국 VC 레전드와 공동 투자하면서 중국 시장 개척을 도울 예정이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한국 VC가 역량을 갖추면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고 나아가 양국 간 교류 증진에까지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한국 VC가 중국 시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역량에 비해 투자펀드 규모는 작은 형편이다. 이를 위해 개별 VC의 독자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민간 및 정부 차원의 전략 지원이 큰 도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VC에 펀드 운용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면 투자 수익 확대뿐만 아니라 한국 VC가 중국 시장을 리드할 수 있고, 한국의 관련 기술 및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박순우 LB인베스트먼트 상무(중국 법인장) tonypark@lbinvestme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