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왜 요금을 못 내리나

알뜰폰이 파격적으로 싼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건 물론 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이다. 전국에 대규모 설비를 깔지 않기 때문에 투자비가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이유도 있다. 알뜰폰은 통신3사와 달리 창의적 요금제를 마음껏 내놓아도 문제가 없다. 통신3사가 이런 요금제를 내놨다간 현행법상 `이용자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통신3사에서도 알뜰폰과 같은 놀라운 요금제가 나오려면 합리적 차별은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은 최근 `반값요금제`로 이슈몰이 중인 CJ헬로비전 한 매장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는 모습.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알뜰폰이 파격적으로 싼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건 물론 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이다. 전국에 대규모 설비를 깔지 않기 때문에 투자비가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이유도 있다. 알뜰폰은 통신3사와 달리 창의적 요금제를 마음껏 내놓아도 문제가 없다. 통신3사가 이런 요금제를 내놨다간 현행법상 `이용자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통신3사에서도 알뜰폰과 같은 놀라운 요금제가 나오려면 합리적 차별은 허용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진은 최근 `반값요금제`로 이슈몰이 중인 CJ헬로비전 한 매장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는 모습.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이용자차별 금지가 요금인하 걸림돌(?)`

통신사가 요금을 내리려 해도 경직된 규정이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입자 전체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해, 요금인하 대상자가 너무 많은 것이다.

`선택적 요금인하(합리적 차별)`를 허용해야 한다는 대안이 거론되고, 정부도 약탈적 요금제가 아니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전향적 입장이다.

◇통신사 요금인하 가로막는 `이용자 차별 금지`

CJ헬로비전은 `반값요금제`로 연말 이동통신시장을 달궜다. 데이터 10GB가 3만3000원(부가세 포함)이다. 통신사가 약 6만5900원에 제공하는 요금제다. 할인율이 무려 50%다. 합리적 통신소비를 갈망하는 소비자가 매일 수천명이 CJ헬로비전에 몰렸다.

이통사는 이같은 파격적 요금제가 불가능하다. `이용자 차별 금지`가 이통사 발목을 잡고 있다.

통신 규제법은 `평등`을 우선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에 따른 시행령은 `전기통신서비스 요금 등을 다른 이용자에 비해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이를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제3조도 가입유형이나 지역·나이·신체조건·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지급을 금지했다.

규제가 요금인하를 막는 걸림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를 차별하지 않으려면 가입자 전체 요금을 깎아줘야 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가입자 전체 요금을 할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창의적 요금 경쟁이 이뤄지도록 `합리적 차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선 `합리적 차별`로 요금인하 유도…“논의 시작해야”

외국에선 합리적 차별을 허용해 요금 경쟁을 유도한다. 미국 스프린트는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반값요금을 제공했다. 이동통신 4위로 추락하자 파격 요금제를 내놓았다. 두 달간 진행한 `한시적 이벤트`다.

통신사는 특정 연령 혹은 기간, 가입유형 등에 따른 차별 요금제를 허용하면 긍정적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합리적 차별 사례도 존재한다. KT가 24세 이하와 18세 이하 고객에게 제공하는 Y24·Y틴 요금제로, 청소년을 타깃으로 데이터를 갑절 주는 등 호응을 얻었다.

통신사는 당장 합리적 차별을 늘리지 않더라도 공론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선택적 요금 인하에 긍정적이다.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할 `정책 카드`로 여기는 분위기다. 무조건 이용자차별을 금지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이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차별`은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탈적 요금제는 경계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도하고 부당하게 이용자를 차별하는 약탈적 요금제가 아니면 선택적 요금인하를 검토할 의향이 있다”면서 “통신사가 제안한다면 긍정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차별을 금지한 통신 규제

통신사는 왜 요금을 못 내리나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