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틸`은 웃고 `팀 쿡`은 울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자 미국 하이테크 업체들은 우려하는 빛이 역력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정보기술(IT) 및 과학기술 친화도가 낮고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만든 고급 인력이 이민자 출신이 많은 가운데 트럼프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고 이민자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창업자는 “미국 IT 기업의 많은 창업자가 이민자 출신이다. 또 외국 출신 엔지니어가 실리콘밸리 IT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반 이민 기조가 강해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시리아 출신 이민자 아들이었다.
미국 IT업계의 침울한 분위기와 달리 활짝 웃는 사람이 있다. 온라인결제업체 페이팔 공동창립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인 피터 틸이다. 그는 대선 기간에 미국 IT업계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를 공개 지지했다. 틸은 트럼프 대선 캠프에 125만달러를 후원했으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지지 이유로 “미국의 현재 리더십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와 미국 IT업계 간 소원한 관계는 후원금에서도 잘 드러난다.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5대 IT 기업들이 대선 후보에 후원한 금액은 트럼프와 힐러리가 1대 60 정도다. 비영리 정치자금 조사단체 CRP는 최근 이들 미국 5대 IT 기업이 힐러리에 후원한 금액은 300만달러(약 34억원)지만 트럼프에 후원한 금액은 5만달러(5700만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구글이 트럼프에 후원한 금액은 2만달러인 데 반해 힐러리는 129만달러였다. 구글은 5대 IT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냈다. 트럼프에게 가장 적은 후원금을 낸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이 트럼프에게 보낸 후원금은 약 2000달러다. 트럼프는 올해 초 연설에서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애플이 그놈의 망할(damm) 컴퓨터와 그 외 다른 물건을 만들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애플이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실리콘밸리는 전통으로 클린턴이 속해 있는 민주당을 선호했다. 이런 판세가 깨지면서 앞으로 트럼프와 미국 IT업계가 어떤 풍속도를 형성할 지 주목된다고 미 언론은 타전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