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아마존, 테슬라, 애플 전전긍긍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실리콘밸리가 침묵에 들어갔다. 힐러리 클린턴이 됐다면 일제히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냈을텐데 거의 모든 실리콘밸리 IT기업이 논평을 거부하고 입을 닫았다.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는 친 민주당이었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압도적으로 힐러리를 밀었다. 후원액도 거의 60배나 차이났다. 트럼프 당선으로 대부분 미국 IT기업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아마존, 테슬라, 애플, AT&T 4사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에 아마존, 테슬라, 애플 전전긍긍

우선 아마존. 아마존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저스는 워싱턴포스트 소유주이기도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월 대규모 팀까지 만들어 트럼프 과거를 추적하는 등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트럼프는 “베조스가 언론 힘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그는 너무 많은 것을 지배하고 있다. 반독점 문제를 안고 있다”고 베저스를 공격했다. 심지어 아마존까지 문제삼았다. “아마존 역시 백화점과 오프라인 유통점을 망가트리는 등 반독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주가는 대선 결과 이후 2.68%나 하락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주가도 하락했지만 이들 주가는 2% 미만으로 하락, 투자자들의 아마존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테슬라도 `트럼프 직격탄` 기업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신재생에너지보다 석유와 가스 등 전통에너지 사용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주력하는 전기차와 태양광 지붕과 대척점에 서 있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는 신기술 개발과 연계한 세제혜택을 받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최고 7500달러를 공제 받는다. 테슬라가 내년에 출시하는 보급형 새 전기차(모델3)가 3만5000~2만7500달러 저가에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시장분석가들은 전기차 세제혜택이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항공청과 교통부에서 최고위 변호사를 지낸 캐스린 톰슨은 “석유와 석탄과 같은 전통적 화석연료를 선호하는 미국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나온다면 전기차에 주는 세제 감면이나 보조금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정책은 전통적 연료와 기술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혁신이나 효율성, 지속가능성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 테슬라 주가는 대선이 끝난 9일 장을 열자마자 3%나 하락했다. 테슬라가 멕시코에 일부 공장을 두고 있고, 전기차에 들어갈 리튬을 멕시코에서 구매하는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당선에 아마존, 테슬라, 애플 전전긍긍

세계 최고 시총 기업 애플도 트럼프와 악연이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애플을 겨냥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은 문제”라는 식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테러리스트의 아이폰 암호 해제 문제로 애플과 FBI가 충돌했을 때도 FBI편을 들며 아이폰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애플은 트럼프 후원액이 미국 상위 5대 IT기업 중 가장 적다.

트럼프 당선에 아마존, 테슬라, 애플 전전긍긍

지난 10월 말 약 850억달러(약 97조원)에 타임워너를 인수하겠다고 한 AT&T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대통령이 되면 두 회사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하이테크 분야는 오바마 행정부가 지배한 지난 8년간 번영을 누렸다. 세계 시가총액 4대 기업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모두가 그의 재임기간 중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이들의 혁신적 기술과 정부 정책 간 갈등이 발생, 지금처럼 연구개발에 몰두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WSJ는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같은 혁신 분야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과 잘 조화가 이뤄져야 진전이 이뤄진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분야를 지속 성장시키는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실리콘밸리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