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NB-IoT 상용화를 선언한 KT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존 기지국 업그레이드는 비용이 부담이고, 협력하는 LG유플러스와 망 공유는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
협대역(NB)-IoT는 기존 롱텀에벌루션(LTE)을 이용, 별도 망 구축보다 초기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문제는 KT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쓰는 삼성전자 기지국 상당수가 NB-IoT 지원이 어려운 구형 기지국이다.
전자신문 확인 결과, KT는 수도권에 삼성전자 기지국 약 4300개(DU 기준)를 운영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채널카드(모뎀) 설치 등으로 NB-IoT 지원이 가능한 기지국은 500개 미만이다.
88% 이상인 3800여개는 NB-IoT 지원을 위해 신형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
장비 제조사 관계자는 “협상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겠지만 기지국(DU) 하나를 약 3000만원으로 계산하면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망을 활용해 초기 투자비가 적다는 게 NB-IoT의 장점인데, 자칫 장점이 불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LG유플러스와 망 구축 논의를 시작했다. 수도권에서는 LG유플러스의 화웨이 기지국을 공유하고, 지방에서는 KT 기지국을 공유하는 게 대안으로 거론됐다.
기지국 공유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망 공동 사용에 따른 사용료 분배 등 정책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협력을 선언했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경쟁사다. 다른 이통사와 망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도 마뜩치 않다. KT는 NB-IoT 전용 기지국으로 전국망 설치를 검토할 정도다.
장비 제조사 관계자는 “KT가 복수의 제조사에 NB-IoT 전용 기지국 제작을 문의했지만 제조사가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화웨이가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선택이 제한돼 KT가 고민한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구형 기지국이 NB-IoT를 지원할 수 있는 신형 채널카드를 공급할 계획이다.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 경우에도 절반은 기지국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KT가 지역별로 일부 기지국은 업그레이드, 일부는 망 공유 등 하이브리드 형태의 전국망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김준근 KT GiGA IoT사업단장은 “NB-IoT 망 구축과 관련해 LG유플러스와 망 공유 등을 논의했다”며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 아직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