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지난 2013년부터 아이돌 그룹부터 힙합, 트로트까지 손을 뻗으며 활동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펀치사운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균 연령 23살일 만큼 젊은 패기를 자랑하는 이들은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유쾌하고 명쾌한 음악 이야기와 팁을 전수해줬다.
Q. 이른 나이에 작사, 작곡, 프로듀싱 활동까지 시작했다. 음악을 시작하는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나이 차이가 11살 나는 친형이 있다. 매일 형 방에 있는 컴퓨터로 함께 놀다 보니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윤종신 선배의 음악을 많이 접했다. 원래 작가, 소설가, 조각가 등 내 작품 만드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진대호)
Q. 작곡가로 데뷔하게 될 수 있었던 경로는?
“중학교 때 음악 과목에 컴퓨터 음악이라는 부록이 있었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감명을 받아서 혼자 집에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힙합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그래서 공연을 보러 다니다가 지인도 생기고 인맥을 넓혀가면서 비트 메이커로 활동을 했다. 어느 날 크리스피 크런치 공연을 봤다. 무대가 너무 좋아서 이 형들한테 내 곡을 꼭 주고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다가가서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을 건넸더니 작업실에 놀러오라고 했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해준 이야기지만 정말 갔다.(웃음) 데모를 들려주고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진대호)
Q. 가사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 요즘 사랑 받는 가사는 어떤 가사인 것 같나?
“요즘 대중은 일반인 느낌의 수수한 연예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 같다. 가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문적이고 시적인 가사보다는 편한 가사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단순하게 친구들과 술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 같은 가사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가사를 쓸 수 있고 작사가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기는 어려운 것 같다.”(박인엽)
Q. 가사를 잘 쓰기 위해서 나름대로 했던 노력이 있나?
“우선 내가 생각하는 누구나 사랑받는 작사는 인기 아이돌의 곡을 작사하는 작사가인 것 같다. 김이나 작사가가 쓴 책을 읽으면서 가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서지음 작사가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나름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간단한 단어라든지 음절에 맞는, 그루브에 맞는 음절들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원래 가사를 쓸 때는 유치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점점 나아지는 걸 느꼈다. 예전보다 누군가에게 가사를 보여주는 게 덜 창피하니까.(웃음) 요즘 사랑받는 가사를 쓰기 위해서는 20대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느낌도 중요하다. 그래서 긍정적인 가사에 어두운 멜로디를 쓰기도 하고 부정적인 가사에 밝은 멜로디를 쓰는 시도도 한다.”(진대호)
Q.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캐롤에 있어서 중요한 가사 요소는 뭘까?
“아무래도 눈이 아닐까. 크리스마스 하면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겨울이라는 걸 확실히 대표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작곡가 입장에서 보면 눈 소리, 벨 소리 같은 걸 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높은 음역대의 종소리, 눈이 쌓여있으면 포근한 느낌을 편곡적인 요소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직접적인 것보다 때로는 간접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왜 그런 느낌 있지 않나. 새 하얀 눈이라고 표현하면 상대방에게 ‘너 예쁘다’ 그냥 이런 느낌이다. ‘아메리카노는 쓰다’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 보다 ‘너랑 헤어졌는데 그게 아메리카노 같다’는 얘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다.(진대호)
“‘샷 추가’라는 단어를 써도 될 것 같다.”(박인엽)
Q. 작사가가 되고 싶은 이들이 작사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것들이 있을까?
“요즘은 SNS로 모든 정보를 접하는 시대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흥얼거릴 줄 아는 게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말도 많이 하고 인터넷도 많이 하면서 박학다식한 게 중요한 것 같다. 래퍼들이 가사를 잘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래퍼들은 자기 과시와 같은 ‘스웨그’가 있다. 예전에는 한국이라면 보통 사람이 겸손해야 하고 가사에서도 사랑과 이별이 한 꺼풀 감춰진 느낌이었다. 요즘 래퍼는 직설적으로 쓰다 보니 감정이 더 풍성해진 것 같다. 이제는 뭐 ‘널 사랑해’ 이런 것 보다는 ‘너한테 명품백 사주고 싶어’ 이렇게 쓸 수도 있는 것 같다.(박인엽)
Q. 이미지가 생명인 아이돌 가수에게도 자만 가득한 가사를 써도 될까?
“콘셉트가 중요한 거다. 예를 들면 그룹 몬스타엑스의 ‘네게만 집착해’라는 곡 작업을 했는데 그룹 이미지 자체가 셌는데 ‘찌질한’ 콘셉트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난 찌질해’라는 가사를 쓸 수가 없다. ‘찌질한’ 입장이 되면서 가장 강한 게 뭘까 생각하다 스토커로 만들었다.(웃음)”(박인엽, 진대호)
Q. 가사 쓰는 작업 방식을 설명해준다면?
“큰 주제를 먼저 정한다. 노래 그리고 반주에서 나오는 느낌에서 각자 의논을 한다. 그리고 의견을 모으면서 정확한 주제와 내용을 포함한다. 이게 작업의 첫 시작이다. 아무래도 단어 선택 같은 경우나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옆에서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고 의논을 하다보면 더 좋은 질의 가사가 나온다. 우리는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진대호)
Q. 트로트 가사를 쓸 때는 뭐가 중요한가?
“가사가 정말 중요하다. 철판 깔고 시장 아주머니들을 공략할 수 있는 감성이 있어야 한다. 억척스럽게 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을 ‘심쿵’ 하게 만드는 포인트. 예쁘장하게 포장하기보다는 꾸민듯하면서 안 꾸민 것 같은 단어들이 좋은 것 같다. 살짝 능글거리는 느낌도 있어야 한다. 최근에 작업한 노래 중에 ‘대형사고’라는 트로트 곡이 있다. ‘나 오늘 대형사고 칠거다. 당신의 대리기사가 돼서 어디로 모실까요’라는 가사가 있다. 아주머니들이 이런 걸 보고 재미있어 하더라. 살짝 음란마귀를 꺼내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박인엽)
Q. 작사가에게 필수적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면?
“작사가도 노래를 많이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어떤 작곡가가 노래를 만들 때 어느 부분은 부드럽게 이어져야 해서 그렇게 만들었는데 작사가가 이 부분을 잡아내지 못하면 안 되는 거다. 만일 작곡가가 작사가에게 가사를 받으면 노래를 틀고 그 가사 대로 불러본다. 그대로 가면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작사가도 그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거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작사 하는 사람이 센스 있게 해줘야 작곡가의 의도를 잘 살려야 한다.”(진대호)
Q. 작사가는 ‘상황 분석’이란 말을 많이 하더라. 분석이 중요한가?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적도 있다. 헤어진 첫 날, 두 번째 날, 세 번째 날의 감정을 분석했다. 첫 번째는 싫고 다음날은 내가 잘못해서 후회하고 그 다음은 미안한 감정 등등 같은 상황인데도 시간에 따라 감정이 변하더라. 이별을 하면 상대방이 너무 미웠는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이렇게 평소 경험들을 디테일하게 분석하다 보면 가사 쓸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진대호)
Q. 평소 어디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인가?
“평소 메모를 많이 하는데 화장실에서 아이디어가 잘 나온다. 굳이 가사를 쓰려고 화장실을 가는 건 아니다.(웃음)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도 생각하는 것들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놓고 나중에 조각 맞추듯이 맞춰간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노가 있으면 이 단어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는 거다. 마인드맵을 해서 이별로 갈 수도 있고 사랑으로 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는거다.”(박인엽)
Q. 가사를 쓸 때 머릿속에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 작사를 하는 이들이 많더라. 어떤가?
“맞는 말이다. 주제가 뚜렷해야 잘 나온다. 작사를 할 땐 테두리를 잡는 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다. 어디에서는 풀어주고 어디서는 조여주고. 기승전결을 짜놓는다. 노래를 듣고 꽂히는 느낌대로 쓰면 잘 안 팔리더라.(웃음)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은 한다. 하지만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왜 손주가 노래 부르는 영상을 본다고 하면 그 가족들은 재밌고 예쁘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보면 아닌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런 느낌일 거다.(웃음)”(진대호, 박인엽)
Q. 요즘 가요 시장을 보면 아이돌 그룹이 대세다. 아이돌 그룹의 가사를 쓸 때 팁이 있나?
“이성 타겟층을 고려해야한다. 사랑 이야기를 쓴다면 내가 예전에 사랑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보다는 ‘지금 내가 널 사랑해’라는 얘기를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박인엽)
Q. 가사에서 제목과 첫 도입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진부한 제목보다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제목이 좋은 것 같다. 도입부도 중요하다. 만약 ‘내 손 잡아봐’라는 곡이 있다고 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이야기로 설정을 한다면 절벽에서 떨어지는데 ‘내 손 잡아봐’ 이런 내용일 수도 있는 거다. 앞에서 풀어가는 반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진대호)
Q. 내가 쓴 가사에 대한 객관화가 참 중요하다. 객관화 하는 과정은 어떻게 거쳐야할까?
“그래서 팀이 좋은 것 같다. 사실 오늘 열곡을 작업하고 내일 그 곡을 들으면 열에 아홉은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작업을 완성하고 대중에게 가기 전 1차적으로 안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빨리 받을 수 있다. 혼자 100% 만족한다고 해서 그대로 작품이 완성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함께 모니터 하고 수정 해나가면서 작품이 완성된다.”(박인엽)
Q. 창작자의 확고한 생각과 조언 해주는 팀의 의견이 확연하게 다를 때는?
“그런 경우가 많다. 많이 토라지기도 한다.(웃음) 하지만 팀이란 게 다 함께 잘되자고 하는 거기 때문에 최대한 안 좋은 점을 찾아내고 골라내야 한다. 더 예쁜 걸로 만들기 보다는 빨리 못난 부분을 찾아서 교체하자는 주의다. 만일 수정해서 노래를 발매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아도 팀원을 탓하지는 않는다. 그건 우리만의 암묵적인 규칙이다.”(박인엽, 진대호)
Q. 작사가는 주로 작곡가 등에게 반주에 아무 말이나 입힌 가이드 곡으로 가사를 의뢰받는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가이드에 맞춰서 쓰는 그루브다. 받침이 있나 없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곡들은 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요도 팝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가이드에서 영어로 부르는 게 위주다. 이런 영어 발음음 한글로 풀어나가려면 최대한 영어와 비슷한 발음을 붙이는 게 좋다.”(진대호)
“쉬워야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가사를 보거나 노래를 들었을 때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가사는 글보다 음악에 가깝다. 시는 글로 표현되는 게 있지만 이건 작사다. 작사라는 건 글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음악과 합쳐질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혼자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음악을 위한 가사고 글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박인엽)
Q. 뮤지션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내가 뭔가를 얘기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다. 내 경험에서 보면 내가 했던 것보다 노력하지 않는데 잘 되는 사람이 있고 나보다 열심히 하는데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누군가 알아주겠지 하는 것 보다는 적극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쓰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 또한 음악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꿈이 많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재즈면 재즈, 알앤비면 알앤비 등 나만의 음악 장르를 만들고 싶다.”(진대호)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